<열린마당> 부품 소재산업 육성

尹汝舜 골든콘넥터 사장

10년 전만 해도 전자부품산업에서 중소 부품업체들은 힘있는 대기업과 동반자 관계가 아니었다. 구매자인 대기업의 종속기업으로 하청업체의 역할을 해온 것이 사실이다. 현재도 중소 부품업체들은 대기업과 종속관계를 크게 탈피하지 못하고 협력업체라는 미명 아래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전자부품산업은 크게 분류하면 가전과 통신, 정보, 산업용기기, 자동차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그 가운데 가전 및 정보 부문의 국내 부품산업은 이미 대만 및 중국과 동남아 국가에 비해 경쟁력을 상실해 부가가치가 없는 분야로 전락했지만 통신과 산업용기기 및 자동차 부문은 여전히 우리에게 많은 부가가치를 안겨줄 수 있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도 같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우리 전자부품 산업계가 처해 있는 현재의 상황은 어떠한가. 핵심기구 부품산업인 커넥터의 예를 들어 본다면 우리 부품업계가 처해 있는 실상이 너무나 안타깝고 어렵기만 하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왜냐하면 커넥터는 통신 및 정보기기에서 반도체 및 인쇄회로기판(PCB) 다음으로 가장 중요한 핵심부품 중 하나지만 이 커넥터를 개발, 생산하기 위한 기초적인 소재 자체의 생산도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국내 커넥터업계는 접촉단자인 베릴륨동과 절연체인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니 우리나라의 힘있는 대기업은 그동안 과연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진정으로 대기업이 소재산업을 육성하고 국산화에 힘썼다면 커넥터 부품 분야는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일본의 경우만 보더라도 힘있는 대기업인 NEC와 혼다, 마쓰시타, 후지쯔 등과 같은 기업들이 20여년 전부터 커넥터산업에 쓰이는 소재와 부품을 생산, 발전시켜 왔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LG전선 한 업체가 일본의 일본항공전자와 협력해 10여년 전에 커넥터 부품 및 소재의 생산을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제 우리도 전자부품의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기업에서도 핵심부품의 개발에 투자할 수 있는 풍토가 조성되어야 한다.

커넥터산업은 많은 자본과 시설 그리고 축적된 기술이 병행되어야만 고품질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휴대형 전화기에 사용되는 커넥터의 예를 들어 보면 국내에서 98년 한 해 동안의 휴대형 전화기 생산대수를 추정해 보더라도 커넥터 총 수입액은 1천5백억원 정도에 달한다. 이는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며 만약 이를 국산화한다면 몇 년 안가서 1억 달러의 수입대체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무리 중소기업이 커넥터산업을 발전시키려 발버둥쳐도 자본력과 기술력이 열세임은 틀림없는 현실이다.

따라서 이제 우리도 대기업이 핵심부품인 커넥터 및 이를 위한 소재산업에 과감히 투자해 중소 커넥터 제조업체와 동반자적 입장으로 이 산업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기초 핵심부품산업이 골고루 발전할 때 고부가가치 산업이 창출될 수 있으며 많은 제품이 껍데기만 국산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골든콘넥터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