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소자 관람불가」를 선호하던 프로테이프업체들이 최근들어 「고교생 관람가」로 판정받기 위해 잇달아 「문제의 장면」들을 자진 삭제하고 나서는 등 예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브에나비스타는 화제의 SF영화 「스타쉽 트루퍼스」를 「고가」로 받아냈다. 심의에서 문제가 될 폭력 장면들을 자진 삭제,극장에서의 「연불」등급을 「고가」로 낮춘 브에나비스타는 영화와는 달리 비디오만큼은 자체심의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우일영상은 이달 말 출시되는 이완 멕그리거의 화제작 「인질」을 「연불」에서 「고교생 관람가」로 낮추기 위해 일부 폭력 장면들을 대거 삭제키로 했으나 영화 공급사측이 이 영화의 줄거리상 「문제의 장면」을 삭제할 경우 스토리 전개에 문제가 있다며 크게 반발해 영화등급인 「연불」로 그대로 출시할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프로테이프 제작사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어떻게 하면 「연불」로 끌어 올릴까』를 고심하던 예전의 모습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연불」이 아니면 판매가 안될 정도여서 「연불」판정에 목을 맬 정도였는데 지금은 「연불」로 나오면 재심을 받아서라도 등급을 낮추려 하고 있다』며 비디오 등급에 대한 선호도가 크게 달라지고 있음을 설명했다. 이러한 업체들의 움직임은 「자체 정화」라는 측면도 없지 않지만 비디오 마니아의 층이 달라진데 따른 자구책 성격이 강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비디오를 즐기는 계층이 예전에는대학생을 중심으로 한 성인층이 주류를 이뤘으나 최근에는 고교생들이 주계층으로 부상하고 있어 SF 및 액션영화의 경우 「연불」보다는 「고가」가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연초에 출시된 「페이스 오프」의 경우 극장가에서 「연불」로 상영됐으나 비디오에서는 「고가」로 낮춰 1.4분기 최대의 판매량을 기록하는 재미를 보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연불」과 「고가」등 등급 판정에 의한 판매량 변화는 약 5천∼1만개에 이를 정도로 예전과는 다른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업체의 심의업무 담당자들도 「연불」판정이 나오면 낙담해 일손을 놓아버릴 정도』라고 말했다.
<모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