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세계 기업인들은 두가지 새로운 현상에 주목하고 있다. 한가지는 디지털 기술에 기반을 두고 진행되고 있는 정보통신 혁명의 방향이고 다른 하나는 첨단기술을 보유한 벤처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이다.
특히 정보통신 분야 선두기업들은 시장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기술력이 뛰어난 벤처기업 사냥에 열을 올리고 있다. M&A 전략을 적절하게 구사하면 우수한 인력과 기술확보는 물론이고 판매망까지 단기간에 구축할 수 있는 등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미국의 투자은행인 브로드뷰어소시에이츠(Broadview Associates)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적으로 첨단산업에서만 4천40건의 M&A가 이루어졌으며 이를 금액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2천5백억 달러(약 3백7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 소프트뱅크사의 경우 지금까지 무려 70개에 달하는 기업을 매수하기 위해 약 3억5천만 달러를 쏟아부었으며 앞으로 10년동안 인수기업을 1천개로 늘리는 사업계획을 발표, 관련업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그동안 소프트뱅크가 인수한 주요 기업 및 업종을 살펴보면 사이버캐쉬(전자화폐), J스카이B(방송), 컴덱스(전시회), 야후(인터넷), 지프데이비스(출판) 등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벤처기업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이 회사 손정의 회장은 이러한 기업인수의 목적을 크게 두가지, 즉 「디지털 컨텐츠의 확보」와 「미래시장 선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벤처기업 활동이 가장 활발한 미국에서도 나스닥 시장에 등록되는 회사 숫자는 1년에 약 1백개에 불과하고 나머지 대부분의 벤처기업들은 M&A를 통해 지분을 매각하거나 새로운 결합을 시도하는 경향이 최근 더욱 뚜렸해지고 있다. 심지어 연구개발 목표로 삼은 기술이 성공할 경우 매각을 전제로 설립되는 벤처기업도 등장할 정도다.
우리나라 벤처기업인들도 이제 M&A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과거에는 M&A를 무조건 적대적이고 부도덕한 것으로 간주했지만 이제는 M&A를 하나의 경영수단으로 취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우리나라 중소 벤처기업의 입장에서 M&A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우선 기술개발 등에 필요한 투자자금의 조달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젊은 엔지니어가 벤처기업으로 창업, 수년간 노력 끝에 어느 정도 기반을 잡았으나 상품화 연구 및 제품생산에 필요한 공장건설 등으로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상황을 생각해 보자.
그는 회사의 성장성과 연구개발 능력, 그리고 잠재시장을 담보로 자신의 지분을 매각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대기업과 연계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갖추는 방안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때 중요한 것은 비록 기술력이 우수한 벤처기업이라도 해도 M&A의 내용과 시기를 잘못 선택할 경우 M&A가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핵심인력이 지분매각과 동시에 회사를 떠난다면 매수자는 껍데기 회사를 인수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기업매수자 관점에서 볼 때 경기 침체기가 바로 매수를 결행하는 적기가 되며, 더우기 피인수 기업이 독자적인 기술개발 등으로 언론으로부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면 이 때를 절대로 놓지지 말아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
<이인규 무한기술투자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