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학교설립 72년째를 맞는 서울여상이 최고의 상업학교라는 명성 위에 정보화교육의 명문이라는 새로운 전통을 쌓아가고 있다. 88올림픽 개회식의 화려한 매스게임으로 기억에 남는 서울여상에 요즘 들어 「전교생이 자신의 홈페이지를 만들 수 있는 학교」, 「인터넷과 영상회의 시스템으로 수업하는 학교」라는 새로운 수식어가 붙게 된 것.
서울여상이 고교정보화의 선두주자가 된 것은 이 학교 한상국 교장과 안상남 교육정보부장 두 사람의 역할이 컸다. 지난 96년 서울여상 전산망 「시스텔(Seoul Yo Sang Telecommunication)」을 구축할 당시 교육부에서는 CD롬 타이틀 방식을 권장했지만 이 학교는 효율성에 대한 문제제기와 함께 독자적인 인터넷 망을 고집했다. 웹수업의 필요성에 대한 실무담당자의 의지와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이를 수용한 학교운영자의 전폭적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제 T1급보다 한단계 빠른 초고속망인 E1망으로 움직이는 이 학교의 인터넷시스템은 고교정보화의 모델이 되고 있다. 50여대의 펜티엄급 PC로 인터넷을 배우는 사이버정보통신실은 학생들이 홈페이지를 직접 제작하고 하루에도 수십통씩 E메일을 주고받는 곳. 또한 1백평 규모의 종합실습실은 정보화, 국제화의 사무환경을 갖춘 첨단오피스라고 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40명의 학생들이 일본 나고야의 세이료고교와 무역시뮬레이션을 체험한다. 은행의 지점장에서 계원까지, 때로는 업체의 사장부터 말단사원까지 각자 역할을 맡아 일본 학생들과 일대일로 E메일과 파일을 주고받으며 상담을 진행하는 것. 샘플을 보여주거나 상대편 얼굴을 보고 싶을 때는 인터넷 영상회의 프로그램인 「시유시미(CU-SeeMe)」를 사용한다. 「시유시미」란 한 화면에 여러명이 들어와 세미나와 심포지엄까지 할 수 있는 편리한 다자간 통신프로그램. 그밖에도 이 학교는 인터넷서버 홈페이지(http://seoul-gchs.seoul.kr)와 프로젝터를 이용해 교실에서 영어, 미술 등 10개 과목을 인터넷으로 수업받고 있다.
서울여상은 올해 전국 10개 시, 도의 초, 중, 고교와 정보교환 및 국제교류를 위해 추진하는 다자간통신교육시스템 「사이버스쿨넷(Cyber Schoolnet)」을 구축해 다시 한번 정보화 바람을 일으킬 계획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 안상남 부장은 『상업학교에 대한 정부 및 대기업의 지원이 턱없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한다. 97년 전국의 상업학교에 1억5천만원이라는 기자재가 공급됐지만 이는 공업학교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지난해 일본에 다녀온 후 『막상 가보니 우리나라의 정보교육 환경이 경제대국인 일본에 비해 결코 뒤떨어지지 않았다』면서 『앞으로 2년 후엔 웹 컨설팅 벤처업체를 운영하고 싶다』고 당돌한 포부를 밝히는 이 학교 3학년 문윤승, 장미 두 학생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정보화에 대한 서울여상의 의지와 최고의 배움터라는 학생들의 자부심은 재정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 학교를 정보화의 명문으로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