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의 패키지 소프트웨어(SW) 유통구조는 선진국의 유통구조와 비교해 볼 때 매우 복잡한 형태를 띠고 있으며 후진국 형태인 다단계 유통구조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국내 SW유통구조는 일반적으로 개발업체, 총판사, 중견유통사, 소매상, 소비자의 5단계 구조로 돼 있다. 게임SW의 경우엔 개발업체, 판권사, 총판사, 대형도매상, 소형도매상, 소매상, 소비자라는 무려 5, 6단계를 거치는 특유의 유통경로를 보이기도 한다.
이같은 유통구조가 나타나게 된 것은 국내 SW유통의 확실한 리더가 없기 때문이다. 견실한 중견 유통회사가 시장을 철저하게 장악하고 건전한 유통구조를 확립하여 과당경쟁 억제 및 시장확대에 성공했더라면 오늘날과 같은 SW암흑기는 없었을 것이다.
더구나 지난 94년부터 시작된 컴퓨터업계의 구조조정은 국내 SW유통산업을 이끌어 오던 일부 중견 SW유통업체들의 잇따른 부도를 유발했다. 또한 대기업의 흡수합병 이후 대기업의 연쇄적인 손실로 인해 그나마 자리를 잡아가던 국내 SW유통시장 구조도 급격히 붕괴되기 시작했다.
SW유통시장이 크게 문란해지면서 남아 있는 유통업체들도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는 국내 SW유통시장에 뛰어든 대기업들이 SW유통시장의 저변확대와 유통의 근대화에 대한 투자는 외면한 채 매출 위주의 과당경쟁에 매달렸으며, 과당경쟁을 대비하지 못한 중소기업들도 손익구조의 급격한 악화로 몰락의 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시기적으로 윈도95 발표 이후 이렇다 할 히트작이 없던 것도 SW산업 침체를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IMF한파로 대형총판이 도산하는 등의 위기를 맞았던 한국 마이크로소프트가 국내 SW유통시장의 문제점을 분석해 새로운 유통모델을 제시하고 총판을 비롯한 전체 유통구조의 대대적인 수술을 시도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현상으로 평가되고 있다.
국내 SW유통구조의 재정립 방안을 검토해 보면 먼저 무엇보다도 건전한 재무구조와 국내 유통시장에 대한 노하우를 갖춘 중견 유통업체들의 출현이 요구된다. 과거의 예에 비춰 볼 때 부실한 재무구조를 가진 업체는 회사의 생존을 위하여 수익성보다는 매출 위주의 영업에 주력하게 된다. 그 결과 경쟁업체의 동반부실을 초래하고 편법영업의 난무로 인해 시장의 가격구조가 붕괴되는 등 그 상당한 폐해를 유발한다. 과거 대기업들은 컴퓨터 및 SW유통시장에 진출한 후 각종 시행착오로 대규모 손실을 입었고 그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무리한 영업을 반복하다 엄청난 적자를 떠안고 시장을 떠나는 경우가 여러 번 있었다.
다음으로는 개발과 유통의 명확한 영역구분과 개발사 및 유통사가 각사의 이익추구보다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할 줄 아는 상호협조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또 개발사, 총판, 소매점, 소비자의 최단 유통단계가 정착되어 건전한 유통구조의 확립과 유통사의 수익구조 개선, SW시장의 양적인 확대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기존에는 개발사들이 인기제품에 대해 직접 유통에 나서면서 결과적으로 유통사의 부실을 초래하였고 계약 후 편법으로 SW를 번들판매하면서 유통시장을 마비시키기도 했다. 직접 유통에 나선 개발사치고 유통구조를 성공적으로 이끌어간 회사는 하나도 없으며 유통의 실패로 결국 개발사까지도 위험에 처하는 것이 현실이다.
마지막으로 국내 SW유통구조가 재정립되기 위해서는 만연돼 있는 불법복제의 근절로 SW시장 저변확대가 선행돼야 한다. 시장이 있어야 유통이 존재할 수 있다. IMF를 국내 SW시장의 또다른 기회로 삼아 지금까지 드러난 여러 문제점을 해결한다면 SW유통산업은 탄탄대로를 걷게 될 것이다.
소프트랜드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