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긴 좋은데...』
케이블TV 프로그램공급사(PP), 종합유선방송국(SO)들이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 주는 이른바 통신판매광고가 늘어나는 것을 놓고 난처한 입장에 빠졌다.
불황을 겪고 있는 PP나 SO들의 입장에서 이같은 광고증가가 경영안정에 상당한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장기적으로는 특정광고의 편중화를 초래해 오히려 손해라는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는 것이다.
인포머셜광고의 일종인 통신판매광고 급증이 단기적으로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아래 불황타개의 방편이 되는 것까지는 좋으나 자칫 지나칠 경우 케이블TV의 이미지 훼손을 초래해 장기적인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소지가 많다는 우려의 소리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케이블TV에 LG홈쇼핑, 39쇼핑 등에서 활용되고 있는 「080」포맷과 같은 형태의 통신판매광고가 첫선을 보인 것은 지난 95년3월 케이블TV의 개국과 궤를 같이하나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작년 하반기부터. 윌쇼핑, 그랑띠아, TV미디어코리아, 씨앤텔 등 통신판매 전문회사들이 운동기구를 비롯해 전기, 전자, 공구류 등 주로 생활제품 위주로 잇달아 광고를 개시하면서 케이블TV의 새로운 광고형태로 자리잡기 시작했고, 작년 11월 IMF사태가 발생하면서 대기업들의 광고가 급감함에 따라 자연스레 PP들의 광고물량도 떨어져 이같은 통신판매광고가 현재 케이블TV의 주력 광고로 완전히 자리를 굳히게 된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케이블TV종합유선방송국(SO)조차도 상가안내, 토산품 등 지역성이 짙은 통신판매 성격의 광고를 대거 방영하면서 이같은 광고형태가 케이블TV 업계에 일종의 유행처럼 번져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각 PP들이 밝히고 있는 하루 통신판매 광고건수를 종합해 보면 MF사태 이전과 비교해 대략 2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현재 A&C코오롱의 경우 통신판매 광고를 하루 40회, 동아TV 30여회, 스포츠TV, HBS가 각각 15회 정도를 내보내고 있다. 심지어 드라마넷의 경우는 1일 90회 정도로 전체 광고건수의 40%정도를 차지할 정도다. 통신판매광고가 주종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닌 셈이다.
특히 A&C코오롱은 지난 1월부터 「마케팅팀」을 중심으로 통신판매 광고에 대한 본격적인 유치활동을 펼치는 등 이 사업을 부대사업으로 운영하고 있다.
케이블TV의 광고를 관장하고 있는 종합유선방송위원회에 통신판매 관련 광고 심의건수가 늘고 있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종합유선방송위원회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통신판매광고 심의건수는 작년 11월 전체 2백66편 가운데 12%인 32편이던 것이 지난 3월에는 총 3백95편중 18%(71편)로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통신판매 광고가 작년 말부터 각사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나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하고 『당분간 경기가 회복될 조짐도 보이지 않고 있어 이같은 형태의 광고가 더 늘어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통신판매 광고가 늘고 있는 것은 주된 광고주인 중소기업체들이 『유통 중간마진을 대폭 줄여 결과적으로 소비자들과 이익을 나눌 수 있는 등 광고효과가 그지없이 좋다』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기업에 비해 마케팅이 취약한 이들 중소기업체들로서는 이같은 통신판매 광고가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매력있는 수단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광고제작비가 저렴한 것도 광고증가를 부채질 하고 있는 이유의 하나다. 특히 수입품의 경우 외국업체들이 대부분 광고, 홍보용 비디오테이프와 함께 공급하기 때문에 안내 테이프에 간단한 자막, 더빙만을 삽입할 경우 제작비가 평균 1백만원대로 다른 CF물의 10∼20%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통신판매광고의 증가에 대해 PP나 SO들은 『케이블TV의 고유특징을 살리고 경영난 완화에 상당한 도움을 주고 있다』고 일견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요즘같은 불황에 통신판매 광고를 잘 활용할 경우 케이블TV업계로서는 사업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고 기대하고 있는 때문이다.
하지만 이같은 통신판매 광고급증을 마냥 좋아할 수 만은 없다는게 게이블 업계의 고민이다. SO는 차지하고라도 PP들에게 있어 더더욱 그러하다는 설명이다.
업계가 고민하는 우선적인 것은 케이블TV의 이미지 추락이다. 기존 39쇼핑 등 홈쇼핑 채널이 활성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와 유사한 형태의 광고를 집중 편성해 내보낸다는 것이 자칫 시청자들의 다양한 시청권리를 박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광고물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PP들의 수익성제고에 얼나나 도움이 되는지도 현재로서는 의문시되고 있다. 광고가 늘어난 횟수에 비해 수익성이 정비례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광고단가가 싸기 때문이다.
실제로 통신판매 광고 가격은 1분 기준으로 1백만∼1백50만원선으로 다른 광고물에 비해 광고단가가 평균 50%선에 머물고 있어 수익성제고에 큰 효과가 없다고 PP들은 분석하고 있다.
SO들도 속을 들여다보면 실익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가입자 유치를 조건으로 지역 상가안내 광고를 무료로 방송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일부에서는 상품판매 대수에 비례해 나중에 광고비를 받는 이른바 「후불정산」도 가끔 있어 수익성제고에는 별반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광고형태가 케이블TV업계에 전반적인 현상으로 고착화할 경우 정작 가장 큰 고객인 대기업 및 일반 광고주 유치를 가로 막는 걸림돌로 작용해 경영악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PP들이 광고증가에도 불구하고 이를 그다지 달갑지 않게 여기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부 PP들은 통신판매 광고가 채널이미지를 제고하는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나름대로 판단, 광고비율을 조절하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스포츠TV의 경우 현재 방영하고 있는 광고물 외에 앞으로 추가로 편성치 않겠다는 방침을 확정했으며 다른 PP들도 상당수가 같은 행보를 걷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블TV 출범 이후 만성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PP, SO들에게 통신판매광고가 과연 수익성제고에 어느 정도 효자노릇을 할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김위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