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체제 이후 최근들어 환율이 다소 하락세를 보이면서 중앙처리장치(CPU) 그레이마켓이 활기를 띠고 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환율급등으로 부품수입에 어려움을 겪어오던 부품수입상들은 최근들어 환율이 점차 하향추세를 보이자 환차익을 노려 그레이마켓용 CPU 제품수입에 나서 예년에 비해 40~50%의 수입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인텔이 PC용 CPU 가격을 최고 34%까지 인하한 지난 15일 이후 국내 CPU 시장에 가격 인하가 완전히 적용되는데 걸리는 기간동안 시세차익을 겨냥한 부품수입상들의 CPU 그레이 제품 수입이 급증하고 있다.
CPU 그레이마켓은 지난해 말 전체 시장규모의 15% 이하였으나 지난 1월 2천~3천개 수준이던 것이 2월엔 3천~4천개, 3월 5천개 이상이 수입됐으며 인텔이 CPU 가격인하를 발표한 지난 15일 전후로는 물량이 대폭 증가해 현재 그레이마켓은 전체 시장의 20%를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CPU 그레이 제품의 수입이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석영인텍, 삼테크 등 인텔 국내 총판사들은 제품을 주문한 후 받는데 보통 7~10일이 소요돼 수시 환율변동에 대한 대처가 여의치않은 반면 그레이 제품을 들여오는 무역상들은 단시일내에 제품을 들여와 충분한 환차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반적으로 홍콩, 싱가포르 등의 국가에서 현지딜러를 통해 그레이 제품을 들여오는 중소규모 무역상들이 CPU 수입에 걸리는 기간은 불과 1~2일밖에 안돼 단기 환율변동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특히 미 달러환율이 올해 초 1천7백원대에서 최근 1천3백원대로 지속적으로 하락함에 따라 총판사들은 대개 열흘 전후의 환율을 적용받아 환차손에 대한 위험도가 높은 반면 치고 빠지기에 능한 소규모 무역상들은 환차에 대한 민감한 대처가 가능해 총판사보다 유리한 입장이다.
CPU 그레이 제품이 활개치면서 인텔이 CPU 가격인하 발표 후 실제 시장에 변동된 가격이 적용되기까지 걸리는 기간동안 총판사들이 챙길 수 있는 마진도 줄어들었다.
통상 미국시장에서 CPU 가격인하를 발표한 시점으로부터 일주일 가량은 인하되기 전 가격과 인하된 가격의 중간가격이 형성돼 총판사 및 대리점은 평소보다 약간 높은 마진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가격인하 발표 이후엔 그 기간은 3일 정도로 짧아졌을 만큼 그레이 제품의 수입증가는 눈에 띄게 늘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2.4분기 또는 하반기 이후에도 환율안정은 기대하기 어려워 환차익을 겨냥한 그레이 제품 수입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최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