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엠씨컴퓨터시스템즈(EMC) 정형문 사장(41)은 요즘 컴퓨터업계의 전도사역을 자처하고 나섰다. 컴퓨터 스토리지가 이제는 단순한 저장장치가 아니라는 점을 국내 고객들에게 심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EMC의 엔터프라이즈 스토리지는 고객들이 전산시스템 구축의 한 영역으로 소모품이 아니라 전산투자라는 개념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알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 95년 설립 후 연평균 60% 이상씩 성장해온 한국EMC 정형문 사장을 만나 그 성장배경과 앞으로 계획을 들어봤다.
-일반적으로 스토리지하면 저장장치라는 개념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러나 요즘에는 컴퓨터시스템의 한 종류처럼, 그 의미를 확대해가고 있는 것같습니다. 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십시오.
▲스토리지는 그동안 정보데이터 저장에 주로 사용해온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스토리지는 곧 저장장치라는 말이 일반화되다시피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스토리지가 정보데이터를 저장하는 것은 물론 가공, 처리하는 기능을 갖추면서 전산시스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컴퓨터시스템이 오픈환경으로 급변하면서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엔터프라이즈 스토리지에 대한 요구도 크게 높아졌습니다.
이처럼 스토리지가 전산시스템의 새로운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은 기술개발과 발전속도가 빠르게 이루어졌기 때문인데 특히 소프트웨어 기술의 향상이큰 몫을 해내고 있습니다.
-엔터프라이즈 스토리지가 기존의 스토리지와 다른 점은 무엇입니까.
▲우선 전사적 접속성을 들 수 있습니다. 종전에는 하나의 시스템에 한개의 스토리지가 달려서 정보를 저장하는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으나 이제는 네트워크로 연결된 여러 전산시스템의 정보자료를 하나의 엔터프라이즈 스토리지에 담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번 사용한 후에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용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스토리지와 다릅니다.
엔터프라이즈 스토리지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하드웨어이자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보의 보호, 공유, 관리 등 정보 집중화가 뛰어나다는 점이 큰 특징입니다.
-올해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분야와 매출계획을 밝혀주십시오.
▲엔터프라이즈 스토리지에 대한 인식확산과 서비스 강화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분기별 대규모 세미나와 월 2회 이상의 업종별 소그룹 세미나를 개최해 엔터프라이즈 스토리지의 필요성과 인식을 높여나갈 계획입니다. 특히 미국 본사에서 집중 투자하고 있는 소프트웨어의 개발이 EMC 엔터프라이즈 스토리지를 어떻게 차별화하고 있는지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릴 방침입니다.
또 고객들이 EMC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페셔널 서비스팀을 이달에 출범시켰습니다. 이 서비스 팀장이 본사에서 전문적인 교육을 마치고 돌아오는 하반기부터는 서비스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예정입니다.
올해의 매출목표는 지난해의 5백85억원보다 약간 증가한 6백억원 수준으로 잡고 있습니다. 1인당 2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는 셈입니다.
-IMF 한파 이후 국내에 진출한 외국 컴퓨터업체들도 시장수요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특히 일선 협력업체(리셀러)들은 환율변화로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응책이 있습니까.
▲제품을 먼저 선적하고 고객이 결제한 후, 환율추이에 따라 일정기간 동안에 대금을 지불하도록 하는 지불유예제도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환율보상보다 더 실질적으로 협력업체들을 도울 수 있다고 판단해 본사의 동의를 얻어냈습니다. 이와 함께 스토리지 제품 성격상 구매 검토에서 결정까지 오랜 시일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 고객이 제품을 시험용으로 미리 사용해볼 수 있도록 하는 테스트시스템 제도를 한국시장에 도입할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본사의 연구개발 투자를 소개해주십시오.
▲미국 본사에서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에 힘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전체 엔지니어의 70%(약 7백명)를 소프트웨어 연구개발에 투입하고 있으며 앞으로 2000년까지 3년 동안 소프트웨어 분야에만 10억달러를 추가 투자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분기별로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발표할 예정이기도 합니다.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분야에도 2억5천만달러를 투자할 예정입니다.
<이윤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