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품귀 소동 빚을듯

올 여름 국내 에어컨 시장에 대규모의 공급부족사태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에어컨 업체들이 올해 에어컨 수요가 크게 줄 것으로 예상, 생산계획을 대폭 축소한 가운데 최근 때이르게 기승을 부리고 있는 더위가 IMF한파로 급격히 냉각된 에어컨 소비심리를 다시 부추기고 있어 실제 에어컨 사용이 늘어나는 시기에는 수요가 급증, 공급부족사태가 빚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실제로 LG전자, 삼성전자 등 대형 업체들은 이미 지난해 10∼11월부터 생산에 돌입한 내수용 에어컨의 생산을 내달 중으로 끝마치고 추가생산은 않는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으며 만도기계, 범양냉방 등의 중견 에어컨 업체들도 부도를 내는 바람에 현금을 주고 부품을 구매해야 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어 생산량을 늘리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또 국내 에어컨 업체들은 올해부터 국내시장보다는 해외시장에 주력한다는 방침으로 수출확대에 나서고 있으며 그나마 재고물량을 최소화하기 위해 예약판매의 비중을 50% 이상으로 높여와 국내 시장에 실제로 판매할 수 있는 가용물량도 그리 많지 않은 상태다.

특히 대부분의 기업들이 재고를 최대한 줄이는 것을 기본방침으로 삼고 있어 계획된 생산물량만큼의 부품만을 준비해 놓기 때문에 내달 중에는 거의 모든 업체들이 부품을 모두 소진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콤프레셔나 마이콤 등의 핵심부품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추가 생산을 위해서는 적어도 3개월 가량의 시간이 필요해 올 여름 에어컨 공급부족사태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의 때이른 더위로 올 여름 에어컨 수요는 에어컨 업체들이 당초 준비한 에어컨 생산량보다 10∼20% 가량 많을 것』으로 전망하고 『그러나 7월 이후로는 생산에 나서지 않는 것이 에어컨 업체들의 관례이기 때문에 올 여름 예상되는 에어컨 공급부족사태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들 에어컨 업체들은 올해 에어컨 시장규모를 당초에는 지난해보다 10만대 정도 늘어난 1백40만∼1백50만대 정도로 예상했다가 예약판매가 부진하자 지난해보다 50% 가량 줄어든 70만∼80만대로 생산량을 줄여잡았다.

<김순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