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전자산업의 과제

우리는 60년대 중반부터 컬러TV의 방영을 주장했으나 81년 가을에야 방영이 된 경험을 갖고 있다. 그러나 60년부터 컬러TV를 방영하고 64년의 도쿄올림픽 때는 컬러방송 기기까지 만들고 이 기기들을 사용해 올림픽 실황을 전세계에 방출한 일본은 오늘날 세계 방송기기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며 전자부품분야에서 선도적 위치를 지키고 있다. 우리나라는 당시 학계나 산업계의 컬러TV방송 주장에 대해 적절히 대처하지 못함으로써 결국 이 분야에서 일본에 뒤지게 된 것이다. 이는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

아울러 97년도 미국 재계 순위에서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솟아올라선 것은 앞으로 선도산업은 정보산업 분야가 될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정보산업을 육성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전자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고 믿어지므로 그 발전책을 살펴보기로 한다.

우리의 단기적인 목표는 정보산업을 위한 성장 유망품목의 개발을 촉진하는 것으로서 노트북PC, 액정표시장치(LCD), 핸드폰을 비롯해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차세대 전지와 컴퓨터 주변기기 및 디지털TV 등을 개발가치가 있는 유망품목으로 들 수 있다. 디스플레이용 컬러모니터와 아직도 기계적인 초정밀을 요하는 주변기기인 프린터와 CD롬 드라이버 및 HDD가 고속화하고 고용량화를 지향하고 있어 큰 전략상품이 되고 있다. 근래에 모니터와 CD롬의 생산이 상당한 수준으로 성장했으나 프린터나 HDD와 같은 제품은 노력에 비해 그 실적이 미흡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결과는 우리가 단기적인 투자에 의해 해결할 수 있는 생산기술에서는 어느 정도 강하지만 장기적인 기초기술로 얻어지는 기술개발력이 취약한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보산업과 멀티미디어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컴퓨터와 통신으로 이루어지는 디지털방송의 조기 실현과 디지털 위성방송의 활성화를 통해 그 수요를 촉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지난 95년 8월 3일 무궁화위성 1호를 발사하고 온 국민이 감격했다. 디지털방송이 실현돼 멀티미디어 시대가 도래할 것을 기대했으나 지금까지 「위성방송법」이 만들어지지 못해 값비싼 방송위성이 허송세월을 하고 있다면 우리는 그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정부는 이번 임시국회에서 방송법안을 통과시켜 위성방송의 활성화를 위한 근거를 마련한다고 하니 고무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를 살펴보면 96통신법(Telcom Act 96)을 근간으로 규제완화를 통한 자유경쟁 그리고 독점방지에 의한 소비자 보호를 통해 양질의 방송 서비스를 목표로 하고 있다. 디지털방송은 96년에 이미 개시돼 케이블TV를 위협하고 있으며 지상방송은 전파사용의 효율성을 증대시키기 위해 디지털방송으로 갈 수밖에 없는 처지에 있다.

이들은 모두 생존을 위해 투쟁하고 있으므로 미국은 방송의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다. 미국은 방송에 대해 최소한의 조건과 자격만 갖추면 누구나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므로 양질의 방송서비스 출현은 결국 소비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소비자는 경제적인 비용으로 최상의 서비스를 주는 방송을 선택할 것이다. 따라서 미국은 방송산업을 철저히 시장기능에 맡겨 경쟁을 통해 추려낼 작정이다.

또한 이에 필요한 첨단전자산업과 벤처기업의 육성도 유도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자유시장 경쟁에서 얻어진 획기적인 산물의 하나가 인터넷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 위력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지금 인터넷은 미국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디지털 경제」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미국은 통신과 방송을 포함한 정보산업에서의 무자비한 경쟁을 통해 21세기에도 계속해 이 분야 시스템 및 소프트웨어의 세계시장을 지배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여기서 미래지향적인 정보산업의 세계적인 동향을 살펴야 하고 이와 직결돼 있는 멀티미디어산업과 현실적으로 활성화시킬 수 있는 위성방송체제를 만들어 놓고도 속수무책인 상황을 방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를 활성화시킴으로써 전자산업의 바탕을 다져나가야 할 것이다.

<연세대 전자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