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위성방송사업자인 동양위성TV(OSB TV)가 미국의 위성체인 「팬암2호」를 통해 국내 시청자를 겨냥한 한국어 프로그램을 방송키로해 국내 방송계에 적지않은 파문이 일고 있다.
재일동포인 김종필씨가 운영하는 동양위성TV는 지난 3월 중순부터 시험방송에 들어가 현재 YTN으로부터 뉴스를 제공받아 시험서비스중이며 지난 24.25일에는 선동열과 이종범 선수가 활약하는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곤즈팀의 경기를 독점 중계했다. OSB TV는 오는 6월부터는 YTN중심의 채널 외에 종합편성, 선교방송, 스포츠 및 골프 채널등을 한국어나 한국어 자막을 삽입해 방송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번 OSB TV의 한국을 가시청권으로 한 프로그램 송출은 스타TV, NHK위성방송등의 프로그램이 국내에 유입되는 것과는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기존 위성채널들과는 달리 한국 시청자들을 직접 겨냥해 케이블 PP(프로그램공급사) 채널인 YTN의 프로그램을 일부 편집해 방송하고 있으며 앞으로 국내외 방송사와 제휴해 프로그램을 한국어 또는 한글 자막으로 송출할 계획이다. 방송가에선 벌써부터 OSB TV가 미국등 해외지역의 교포들을 대상으로 한국어 프로그램을 송출할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OSB TV가 한국어 프로그램을 송출하자마자 발빠른 일부 중계유선 사업자들은 이미 「팬암」 디지털위성을 수신할 수 있는 위성 튜너를 설치해 중계유선 가입자들에게 제공하고 있으며 앞으로 팬암 위성 수신장비를 직접 설치해 시청하는 가정도 늘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일련의 움직임에 대한 방송계의 반응은 다양하다.
우선 방송가에서는 가뜩이나 새방송법 제정과 위성방송의 시장 개방 문제로 찬반양론이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 사업자가 국내 시장을 겨냥,프로그램을 송출하고 있는 것은 현재 이뤄지고 있는 국내 방송법 제정 논의를 무의미하게 할 수도 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굳이 국내에서 위성방송 사업을 허가 받을 필요없이 방송시장 신규 진출이 용이한 국가에서 위성방송사업을 허가받아 국내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위성방송 사업을 할 경우 국내법상 규제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국내 방송법이 현재 전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위성방송의 기술적인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방송 전문가들은 해외의 위성방송사업자들이 국내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무차별적으로 공급하는 것 지금처럼 방치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물론 일반인들이 위성 튜너를 설치해 해외 위성방송을 수신하는 것을 무조건 막을 방법은 없지만 상업적 목적으로 이들 위성 프로그램을 수신하는 것은 결국 문제발생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미 CNN등 미국 유수의 케이블 방송사들이 국내에서 무단수신하고 있는 CNN등 방송에대해 지적재산권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이미 외국의 위성사업자들이 90년대 초에 대만의 유선방송사업자를 통해 수신되고 있는 위성프로그램에 대해 정식으로 지적재산권 문제를 제기한 전례가 있어 우리나라로서도 해외위성방송수신을 무턱대고 방치할수만은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번 OSB TV의 국내 진출은 SO와 PP간에 미묘한 분위기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 OSB TV는 현재 YTN으로부터 프로그램을 제공받아 일부 편집해 송출하고 있는데 SO들이 케이블TV가 아닌 위성에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일본 우정성으로부터 사업 인가를 받은 위성방송사업자에 국내 PP들이 프로그램을 공급했을 경우 과연 국내의 프로그램 공급관행이나 법규를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은 남아 있다. 그동안 YTN외에도 상당수 PP들이 일본의 위성방송에 프로그램을 공급해왔으나 이는 프로그램의 수출이란 측면에서 고무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졌었다.
그러나 OSB TV의 경우는 PP채널이 케이블TV가 아닌 위성을 통해 국내 시청자들에게제공되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PP채널의 전송매체가 다양화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물론 OSB TV가 YTN 이외의 다른 케이블 PP채널을 송출할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아무튼 OSB TV의 국내 진출은 현재 전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미디어 전쟁이 국내 방송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보여주는 매우 상징적인 사례로 볼 수 있어 향후 전개될 상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장길수, 김위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