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기계업체들의 국산 컴퓨터 수치제어(CNC)장치 채용이 확산되고 있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기아중공업, 현대정공, 화천기계, 통일중공업, 두산기계, 삼성항공, 대우중공업, 터보테크 등 공작기계업체들은 거의 전량 일본이나 독일 등지로부터 수입한 CNC장치를 사용하던 것에서 탈피, 자체 개발했거나 국내업체가 개발한 CNC장치로 대체하고 있다.
특히 수출용의 경우 일본의 화낙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 대부분 외산 CNC장치를 사용하는 데 반해 내수용은 전량 국산으로 돌리는 업체까지 생겨나고 있어 정부와 업계가 공동 개발중인 CNC장치 개발 프로젝트가 완료되는 99년 말 이후에는 내수용 공작기계의 국산 CNC장치 시장 점유율이 80∼90%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과거 국내 CNC장치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기도 했던 한국화낙의 경우 올들어 내수용 CNC장치 판매량은 한달에 10대 미만일 정도로 뚝 떨어져 국산 CNC장치가 빠른 속도로 보급되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이처럼 CNC장치의 국산 채용이 확산되는 것은 원화가치 하락으로 외산 CNC장치의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공작기계 제조원가의 30∼50% 이상을 차지하는 등 가격 부담이 더욱 커진 데 따른 것이다.
또한 지속적인 성능 향상으로 국산 CNC장치의 시스템 안정성이 크게 높아진 데다 외산에 비해 애프터서비스 발생시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것도 국산 CNC장치 채용이 늘어나는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일본 히타치세이키사와 기술협력을 통해 독자 브랜드인 「KIATROL」을 개발한 기아중공업은 CNC 선반과 수직형 머시닝센터의 CNC장치를 국산으로 대체한 데 이어 최근 수평형 머시닝센터와 연삭기 등 내수용 전 기종에 KIATROL을 채용하고 있다.
독일 지멘스사와 공동으로 대화형 CNC장치(모델명 HiTROL-KING)를 개발한 현대정공은 지난해 주력상품인 「HiT-8」 등 선반 7종과 「STP-V18」 등 머시닝센터 7종에 적용한 데 이어 최근 출시한 모든 제품의 내수 판매용 기종에 「HiTROL-KING」을 부착하기로 했다.
독자기술로 개발한 CNC장치(모델명 SENTROL)를 일부 공작기계에 부착, 판매하고 있는 통일중공업은 우리나라의 산업현장에 적합한 대화형 CNC장치(모델명 SENTROL-PLUS)를 추가로 개발, 내수용 CNC 선반에 표준 장착한 데 이어 향후 머시닝센터, 원통연삭기, 밀링은 물론 수출용 제품까지 국산 CNC장치를 부착할 계획이다.
그동안 일본 화낙사의 제품을 주로 사용해 왔던 대우중공업도 일부 내수용 제품에 일본 도시바사와 공동개발한 대화형 CNC장치(모델명 VISION 380)를 부착한 데 이어 점차 다양한 기종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화낙사 제품을 사용해 왔던 삼성항공은 삼성전자가 개발한 CNC장치(모델명 SNC 32)를 일부 선반과 버티컬형 머시닝센터에 장착한 데 이어 최근 출시한 전 제품에 이 CNC장치를 부착했으며 두산기계도 LG산전과 공동으로 개발한 다양한 기능의 대화형 CNC장치(모델명 DOONUC시스템)를 머시닝센터와 밀링머신 등에 장착해 판매하고 있다.
이밖에 화낙사 제품을 사용해 왔던 화천기계도 밀링머신 2기종에 터보테크가 개발한 CNC장치를 부착했으며 터보테크도 최근 출시한 밀링머신에 자체 개발한 PC-NC장치(모델명 TURBO-FX시리즈)를 장착하는 등 국산 CNC장치 채용 추세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세계 공작기계업계의 추세도 화낙, 지멘스 등 일부 대표적 업체들의 CNC장치를 사용하던 것에서 국가별 또는 제품별 특성에 맞는 전용 CNC장치를 개발, 채용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며 『국내 공작기계업체들도 값싸고 성능좋은 CNC장치 기술 확보 여부가 국내외 경쟁에서 승패를 가름하는 주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 확실시되므로 선진국과 기술격차가 크지 않은 PC-NC 개발에 집중 투자한다면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효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