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월요 연구소 탐방 (1);경희대 TFT LCD 거점연구단

지난 연말 불어닥친 국제통화기금(IMF) 체제의 위기로 인해 국내 연구개발도 위축되고 있다. 기초기술 및 산업기술 개발에 대한 정부의 출연기금도 삭감됐으며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기업들도 연구개발 부문을 줄이고 있다. 더구나 기업들의 구조조정으로 우수한 연구 인력들이 본의 아니게 연구소를 떠나고 있어 우리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고 있다. IMF 체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연구소의 불은 켜져 있어야 하고 연구개발 부문에 대한 투자는 더욱 확대돼야 한다. IMF 체제속에서도 첨단분야에서 활발한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있는 연구소들을 찾아 매주 월요일에 소개한다.

<편집자>

브라운관 이후의 액정표시장치(LCD)와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 등 평판 디스플레이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주도적인 역할을 차지하기 위해 정부와 학계, 산업계가 삼위일체가 돼 국내 처음 거점연구단 방식으로 기초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국책프로젝트 G7과제의 차세대 평판표시장치 기반기술 개발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기초기술 개발과 관련 인력 양성을 전담하는 거점연구단이 운영되고 있다. 디스프레이연구조합을 중심으로 개별적으로 참여해온 교수들이 연구개발 투자비가 적은 현실에서 기초기술이라도 체계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거점연구단 방식으로 공동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 관련 인력 양성과 기초기술 개발을 위해 경희대를 TFT LCD의 거점연구단(단장 장진 교수, 경희대 물리학)으로 지정했다. 경희대가 주요 역할을 맡고 있지만 TFT LCD 거점연구단에는 서울대, 홍익대 등 16개 대학 50여명의 교수가 참여하고 있다. 국내 학계에서 TFT LCD 연구개발을 이끌고 있는 핵심 멤버들이 모두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

거점연구단을 이끌고 있는 장진 교수는 『학계와 산업계를 연결하는 통로일 뿐만 아니라 연구분야가 비슷한 사람끼리 모이기 때문에 기술적인 방법론도 논의, 시너지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거점연구단의 의미를 들려준다.

현재 거점연구단의 연구개발비로 책정된 1년 예산은 고작해야 9억원에 불과하다. 이같이 적은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산업계가 손댈 수 없는 TFT LCD의 기초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짧은 기간 국내 LCD산업이 본궤도에 오르자 일본업체들이 특허를 내세워 견제구를 날리고 있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기초연구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TFT LCD 거점연구단에서 수행하고 있는 23개 연구과제들은 TFT LCD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없어서는 안될 기초연구들이다. 일부 연구과제에서 서서히 성과를 거두고 있는데 경희대 장진 교수팀은 「새로운 구조의 트랜지스터인 코플라나 구조방식」을 개발, 이달 중 미국에 열릴 「SID 98세미나」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또한 기초연구와 함께 저변확대를 위해 각종 세미나를 개최해 산업계와 학계를 연결해주고 있다. 지난 2월에도 취약한 중소업체들의 개발인력 1백30여명을 대상으로 관련업계의 실무자들로 강사를 구성, 이론 및 실무교육 세미나를 개최한 바 있다. 특히 거점연구단은 매년 50여명의 석, 박사 인력을 배출, 국내 TFT LCD 산업의 기반 확대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경희대도 현재 5명의 교수가 활발하게 TFT LCD 개발에 나서고 있는데 이미 30억∼40억원을 투자해 박막증착실과 식각실 등에 청정실을 구비했으며 특히 4인치 사각유리 TFT LCD를 제작할 수 있는 중요 시설들을 갖췄다. 장진 교수는 『IMF의 여파로 실험 기자재에 대한 투자가 여의치 않다』면서도 『앞으로 꾸준히 실험용 장비를 구입, 세계적인 TFT LCD 연구소로 발돋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원철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