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포커스] 탑텍 황준성 사장

IMF(국제통화기금)한파로 잔뜩 움추린 오디오업계에 최근 활력소가 될 만한 반가운 소식 한가지가 전해졌다.

국내 벤처기업의 주도아래 프랑스 톰슨(RCA)과 중국 국영업체인 CEIEC, 그리고 중앙은행인 뱅크 오브 차이나등 3국의 가전업체와 은행이 공동 투자하는 오디오분야의 다국적 벤처기업이 올 하반기에 설립된다는 소식이 바로 그것.

이번 3국 합작 건이 업계 시선을 끄는 이유는 합작에 참여하는 업체들의 지명도나 1천만달러를 상회하는 합작규모 보다는 우리나라의 작은 벤처기업이 보유한 기술이 세계시장에서 인정받았다는 것으로 국내 오디오산업에 적지않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우리는 중국의 값싼 인건비와 일본의 지명도 높은 브랜드를 보유하지 못한 대신에 엔지니어와 해외 영업분야에 있어 막강한 맨파워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를 제대로 활용한다면 정면승부는 힘들겠지만 측면공략을 통해 세계시장에서 얼마든지 입지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최근 프랑스 톰슨사와 함께 5월중 합작 벤처기업을 설립키로 했다는 발표이후 업계의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고 있는 탑텍의 황준성(38)사장은 『이제는 남보다 한발 앞선 제품을 만들어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릴 때』라며 기술개발과 해외마케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오디오업계에선 보기드문 12년 경력의 베테랑 해외영업맨으로 불리는 황사장은 『무엇보다도 우리 엔지니어들의 기술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큰 자부심을 느낀다』며 『3년내 세계적인 오디오 전문 벤처기업으로 자리잡을 계획』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황사장의 이런 자신감을 갖게 된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이번 합작을 통해 개발, 부품구매, 생산 등 3개 부문에 최상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탑텍은 대형 투자업체의 확보로 AV리시버앰프를 비롯해 DVD(디지털다기능디스크)와 MDP(미니디스크플레이어)등 차세대 제품에 대한 연구개발을 안정적으로 진행시킬 수 있게 됐고 톰슨(RCA)과 공동으로 자재를 대량 구입함으로써 최저가격에 부품을 공급받을 수 있게 된데다 금형, 사출, 조립등 생산공정이 한 곳에서 이뤄지는 RCA 중국공장을 이용함으로써 최상의 품질및 가격경쟁력을 모두 갖춘 셈이다.

여기에다 미국의 RCA와 유럽의 듀얼등 세계적인 바이어를 확보해 놓고 있는 탑텍은 중국 국영 가전업체인 CEIEC의 참여로 중국 전역에 판매망을 구축함으로써 약 4천만명에 이르는 중국 상류층을 적극 공략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번 합작은 세계 오디오시장뿐만아니라 국내 오디오산업에도 큰 파급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1백만대를 시작으로 내년부터 연간 2백만대 이상을 생산키로 한 합작법인은 모든 부품구입과 연구개발을 한국법인인 탑텍에 맡기기로 정했기 때문이다.

황사장은 『비록 생산기지는 중국을 이용하지만 개발과 부품구입을 탑텍이 맡기로 함에 따라 앞으로 국내 수급이 가능한 모든 부품은 일단 국내업체들로부터 구입할 계획이며 연구개발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고급 전문인력도 적극 유치할 방침』이라며 앞으로의 계획을 말했다.

황사장은 『국내 업체들이 해외 마케팅을 구사하는데 있어 가장 큰 문제점은 해외 바이어들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가격으로만 승부하려는 데 있다』며 『세계 오디오 시장의 흐름을 수시로 파악해 틈새시장을 적극 찾는다면 수출에서 얼마든지 내수부진을 만회할 수 있다』며 해외마케팅의 중요성을 다시한번 강조했다.

<김종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