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관람석] 조용한 가족

한적한 산장에서 벌어지는 우스운 가족들의 무서운 이야기. 신예 김지운 감독의 재기가 돋보이는 영화 「조용한 가족」은 코미디라는 한국영화의 안전노선과 공포물이라는 비주류의 노선을 적절히 혼합하여 코믹잔혹극이라는 문패를 달고 등장했다.

이 영화에서 공포는 「살인」이라는 엽기적 행각과 시체은닉이라는 범죄를 통해 표현되며, 웃음은 산장 가족들의 일탈에 대한 거부감을 순화시키고 그것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귀결짓게 만드는 요소다. 영화 「넘버3」로 송강호식 말투를 TV 코미디프로에까지 전파시키고 있는 송강호는 「조용한 가족」에서도 웃음의 핵이다. 비록 기대를 뛰어넘는 수준은 아닐지라도 대사와 배우들의 연기는 웃고싶은 관객들의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다.

정리해고 당한 아버지를 따라 여섯 명의 일가족은 안개산장에서 새로운 삶의 터전을 일군다. 곧 산장 옆으로 도로가 뚫릴 것이라는 이장의 말에 희망을 품고 개업을 했지만 안개산장은 며칠째 개점 휴업상태다. 드디어 기다리던 첫 손님이 찾아오지만 그는 다음날 아침 시체로 발견된다.

폭력전과가 있는 아들에 대한 의심과 함께, 산장에 나쁜 소문이 날까봐 두려워진 가족들은 시체를 암매장하기로 결정한다. 설상가상으로 두 번째 투숙객인 남녀가 동반자살을 하고 이들을 매장하는 과정에서 남자가 살아나자 얼떨결에 아버지는 삽으로 살인을 하게 된다. 이것을 시작으로 안개산장의 식구들은 끝없는 집단 이기주의에 빠져든다.

산장에 손님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여동생을 겁탈하려는 등산객을 죽이는 아들, 재산을 가로채기 위해 이복여동생을 죽이려는 이장의 음모에 가담하는 아버지 등등. 가족과 자신들의 터전을 지키기 위한 이들의 시체 은닉과 살인은 완전범죄를 위해 점점 걷잡을 수 없는 파장을 일으킨다. 그러나 산장 옆으로 도로공사가 시작되면서 이들은 시체를 처리하기 위한 또 다른 난관에 봉착한다.

영화적 구성과 상황설정은 「한국판」이라는 사실을 제외하곤 우리가 익숙하게 보아온 코드와 그리 다르지 않다. 이로인해 공포영화의 중요한 덕목인 영화적 긴장감이 많은 부분 상실당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두가지 면에서 「조용한 가족」이 한국영화 제작에 던지는 의미는 크다.

첫째는 몇 편의 영화들이 앞다투어 대기중인 「공포물」이 과연 시대적 흐름을 읽는 계산이었는가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이고, 둘째는 배우가 영화제작을 결정하게 만드는 현상황에서 스타급 배우없이 만들어진 영화에 대한 성공여부다. 이러한 의문들이 긍정적인 결론을 얻는다면 한국영화는 또 하나의 활로를 모색한 셈이다.

<엄용주 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