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전자 QPSK칩
현대전자가 올해 심비오스, 오디움 등 해외 비메모리 자회사를 매각하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이제 현대전자는 비메모리 사업을 포기한 게 아니냐」는 주위의 우려와 달리 국내 반도체업체들이 경험하지 못한 여러가지 소득을 얻었다는 것이 자체 평가다.
그 중 하나는 적자 회사인 심비오스를 인수, 흑자기업으로 전환하면서 얻을 수 있었던 비메모리 사업에 대한 자신감이고 또 다른 하나는 비메모리 사업의 불씨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비록 자회사를 매각하기는 했지만 공동 개발을 통해 비메모리 기술을 습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현대전자가 최근 강력히 시장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4위상편이변조(QPSK:Quadrature Phase Shift Keying)칩도 그 불씨 가운데 하나. QPSK칩은 직접 위성방송(DBS:Digital Broadcast Satellite)용 신호를 일반 TV수상기에서 볼 수 있도록 신호를 복조해주고 복조한 신호의 오류를 정정하는 튜너역할을 하는 IC이다. 현대전자와 오디움사는 지난 96년 디지털 데이터 전송시장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는 판단아래 우선 상용화되고 있는 직접 위성방송에 적용되는 칩 솔루션인 MPEG 디코더 IC와 QPSK(모델명 HDM8511)를 선보였다.
첫 제품 발표 후 국내외 업체로부터 호응이 높자 이를 개선한 2차 버전 제품 개발을 현대전자에서 진행, 이달경 QPSK칩에 아날로그디지털 컨버터(ADC)를 내장한 HDM8513을 양산할 예정이다. 이 제품은 유럽표준 위성방송방식인 DVB방식에다 미국 다이렉트 TV의 위성방송방식인 DSS방식까지 지원하며 오류정정기능 및 디지털 변환기능 등을 모두 한데 합쳐 SGS톰슨이나 LSI로직 등 선진업체 제품과 비교해서도 손색이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현대전자는 QPSK칩의 매출을 확대하기 위해 국내외 모듈업체와 제휴를 강화하는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즉 현대전자가 QPSK칩을 제공, 모듈업체가 이를 적용해 모듈을 생산하면 현대가 다시 이를 세계시장에 파는 방식으로 QPSK칩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미 위성수신기 분야에서 세계적인 모듈생산업체인 산요와 이같은 협력사업을 진행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현대전자는 QPSK칩 기술을 바탕으로 디지털 케이블 방송용 튜너칩인 직교진폭변조(QAM:Quadrature Amplitude Modulation)칩을 올해 말에, 디지털 지상파 튜너(VSB)칩은 내년 초에 순차적으로 선보여 향후 현대전자의 비메모리사업의 한 축을 이끌어갈 계획이다. 비록 IMF라는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현대전자의 비메모리사업이 위축된 것은 사실이지만 기존 자회사를 통해 습득한 QPSK, MPEG디코딩 기술 등 비메모리 기술을 전수, 발전시켜 향후를 대비한다는 복안이다.
현대전자는 올해 QPSK칩 매출과 관련, 5백만달러의 매출액을 달성하고 내년에는 2천만달러어치를 팔아 세계시장에서 15%정도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한다는 방침이다.
<유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