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범 서강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21세기가 눈앞에 다가섰다. 마음 설레는 일도 많겠지만 컴퓨터의 경우는 매우 긴장하고있다. 이른바 『밀레니엄 버그』라고 불리는 컴퓨터의 반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이비상한 관심속에 문제해결에 착수했고 우리나라도 국무총리실을 중심으로 범 국가적 차원에서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사 인식의 단계에 머물러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는 버그 해결에는 최소한 실험기간을 포함하여 1년 6개월은 필요하다는 여러 경험담을 고려한다면조금도 지체할 수 없고 시행착오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시행착오는 곧 실패를 의미한다.
따라서 막차를 타게 된 우리는 뒤돌아 볼 수 없는 숨막히는 일정을 앞에 두고 있다.
밀레니엄버그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제를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컴퓨터의 문자인식에 대한 오류상에서 발생하는 것으로서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컴퓨터 모라토리엄』 상태에 빠지게 된다. 이는 시간이 소요되는 문제이며 또한 프로그램 개발에 버금가는 막대한예산과 전문인력이 필요하다.
시간상으로는 금년 12월말까지 밀레니엄 버그를 수정하여 내년 1월 1일부터 1년간의 실험적 운영으로 추가적인 오류를 완벽하게 제거해야 한다. 2000년부터 발생되는 오류는 심각한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으므로 이로인해 법적인 소송이 예상되는 문제이다.
밀레니엄 버그의 해결을 위한 노력이 절실한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여파로 국내 기업들이 전산투자를 축소하거나 연기하는 와중에 있어서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 국내의 실정이다. 정부가 책정한 2000년 문제해결을 위한 총 예산도 한국전산원 등의 정부출연기관 예상치보다 턱없이 부족한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특히, 국방과 기간산업을 책임지는 국방부와 건교부의 대응은 매우 빈약한 실정이다.
밀레니엄 버그의 해결을 위해서는 시간과 비용, 뿐 만 아니라 인력의 3박자가 고루 갖추어져야 한다. 특히, 기존의 컴퓨터 프로그램들이 대부분 코볼(COBOL)로 되어 있어서 코볼 전문가가 많이 필요하다. 그러나, 코볼을 다룰 줄 아는 프로그래머는 이미 은퇴했거나 간부사원이다.그나마 한정된 코볼인력이 외국으로 헤드 헌트되고 있다. 이들이 떠나는 국내는 한마디로 방치된 상태다. 이처럼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쥐고 있는 인력이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상태에서 일부 SI업체들이 밀레니엄 버그문제해결을 위해 대안을 내놓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기업들이 강건너 불보듯 한다.
Y2K 문제해결을 위한 충분한 여유자금이 없지만 단 한번의 실패도 용납되지 않는 한정된 시간을 앞두고 있다. 따라서, 모든 일정 및 자금계획은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경영진의 인식전환이 시급하며 대기업들은 협력관계에 있는 중소기업의 버그는 자신들의 버그와 동일하다는 인식하에 문제해결을 위한 협력이 필요하고 또한 정부의 종합적인 지원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