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보통신업체들이 수출전략상품화하고 있는 교환기를 비롯해 대형 통신망장비의 신규 수출 프로젝트가 올초부터 전면 중단상태를 맞고 있다. 특히 이같은 수출 중단사태는 정부가 이들 프로젝트의 해외시장 개척에 필요한 경제개발협력기금(EDCF)에 의한 차관 제공을 올들어 동결하고 지난 정부가 무리하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 이에 따른 각종 규제를 초래한 데서 발생한 것으로 정작 수출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
8일 관계기관 및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보통신업체들은 재경부가 계속사업분 2천억원을 포함, 약 3천5백억원 가량으로 추산되는 올해 EDCF 자금지원을 올들어 중단한 채 하반기 이후로 집행을 미루고 있어 이를 통한 수출이 대부분인 교환기 등의 수출 및 해외영업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를 맞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업계가 추진하고 있는 교환기 등 대형 정보통신 수출 프로젝트는 대부분 통신망 현대화작업에 나서는 저개발 국가 및 동구권 국가에 집중되어 있고 이들은 우리 정부가 제공하는 EDCF 차관 제공을 전제로 국산장비를 도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그동안 EDCF 자금지원을 등에 업고 교환기 수출에 박차를 가했던 국내업계는 올들어 신규 사업은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사실상 영업을 중단하고 있고 일부에서는 이미 계약된 물량 마저 재경부가 차관 제공을 확정하지 않아 해당국가의 항의에 직면해 있는 형편이다.
현재 국내 교환기업체들이 EDCF 지원을 요청,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프로젝트는 모두 6건인 것으로 알려져 재경부의 별다른 조치가 없는 한 상반기 중에는 대형 수출 프로젝트가 한 건도 성사되지 못할 위기에 처해 있다.
정보통신업계는 이에 따라 최근 전자공업진흥회를 주축으로 모임을 갖고 정부의 조속한 EDCF 차관 지원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작성하는 등 정부에 직접 호소할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제통화기금(IMF)체제에 따른 정부의 재정긴축 정책은 이해할 수 있지만 달러로 지급되는 여타 차관과는 달리 EDCF자금은 원화로 지불되기 때문에 현재의 외환위기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지적하고 『정보통신산업의 유일한 돌파구인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서라도 EDCF 지원은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통신업계의 또다른 관계자는 『지난 정부가 OECD에 가입하는 바람에 각종 차관을 전제로 수출해 왔던 국내 업계에 OECD의 가이드 라인을 적용 받아야 하는 또하나의 규제만 불러 왔다』며 『루슨트를 비롯, 세계적 거인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국내업계를 도와주진 못할 망정 발목을 잡아서는 안될 말』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본의 ODA를 비롯, 대부분의 국가가 우리의 EDCF 자금과 똑같은 기금을 확보, 운용하고 있고 이들은 금리, 상환시기 등 우리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을 앞세워 저개발국가 시장개척에 나서고 있다.
<이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