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취미 78] 사진-삼성출판사 김진용 사장

삼성출판사 김진용 사장(42)의 취미는 사진이다. 벌써 사진에 입문한 지 19년째로 접어드는 그는 사진예찬론자다.

『60분의 1초나 1백25분의 1초에 불과한 순간을 포착해 그 결과물을 영원히 남기는 작업이 사진 아닙니까. 이른바 「카메라 아이(Camera Eye)」로 보면 모든 사물이 새롭게 다가옵니다. 평소엔 무심코 지나쳤을 길가의 작고 이름없는 들꽃도 렌즈 속에서 확대해 보면 신기할만큼 아름다움을 드러내지요.』

사람의 눈은 오히려 의식의 개입으로 풍경을 왜곡시키지만 카메라 렌즈는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확장해 보여준다는 것. 아무리 작은 사물도 그 자체가 하나의 소우주를 담고 있다는 것을 사진은 확인시켜 준다.

아마츄어라고 하기에는 수준급인 김 사장도 알고보면 속쓰린 사연 때문에 카메라와 인연을 맺게 됐다. 80년 결혼 당시 필름을 넣고 셔터 감는 방법만 아는 정도였던 그는 신혼여행을 다녀온 후 난감한 일을 겪었다. 제주도의 절경을 배경으로 아내의 멋진 포즈를 찍어준 사진이 한결같이 엉망으로 나온 것. 사진이 허옇게 탈색되거나 초점이 흔들렸고 그렇지 아니면 구도가 비뚤어지는 등 제대로된 사진이라곤 찾아보기 힘들었다.

김 사장은 실수를 만회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게된데다 결혼과 비슷한 시기에 발을 들여놓은 출판업이 사진과도 연관이 깊다는 사실을 알고 본격적인 사진수업을 받기로 했다. 중대 사진과 학생에게 개인지도를 받으면서 차츰 사진의 재미에 빠져들게된 그는 이번엔 신혼살림집에 정착액 특유의 고약한 약품 냄새를 피우며 아내의 눈총을 받았다. 목욕탕을 아예 암실로 만들어 틈만 나면 문을 잠궈 놓고 들어가 인화작업에 시간을 보냈던 것. 그러다가 문을 열고 나오면 냄새가 진동했고 집안엔 여기저기 말리느라 걸어놓은 사진들로 어지러웠다.

부인의 고충은 그 뿐이 아니었다. 일요일이면 김 사장이 필름을 열통씩 들고 서울근교로 촬영을 다닐 때마다 조수겸 모델, 사진장비를 옮겨주는 포터역할까지 도맡아 해야 했던 것. 초보자를 뛰어넘게 된 김 사장이 필터와 노출변화를 이용한 각종 트릭을 배우게 되자 더욱 바빠졌다. 필름을 감지 않고 연속으로 촬영해 한 사진에 다양한 표정을 담으려 하니 옷을 세 번씩 갈아입고 서로 다른 포즈를 취해보라는 등 주문이 늘어났던 것.

언젠가는 우연히 소개를 받게 된 사진작가 K씨에게 부탁해 김사장이 패션촬영 현장에 동행한 일이 있었다. 구경이나 좀 하겠다고 따라나선 그는 작가보다 훨씬 더 크고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바쁘게 뛰어다니며 셔터를 눌렀다.

『사람들이 사진작가는 놔두고 제 주변에 다 몰리더라구요. 과장을 좀 하자면 대포만한 카메라를 들고 펑펑 요란한 소리를 내며 오버액션을 취했더니 모두들 저를 작가라고 착각한거죠』라고 그는 당시 겸연쩍었던 상황에 대해 얘기한다.

그렇게 열심히 사진을 배운 결과 김 사장은 몇년 전 「자신만만 세계여행」이라는 여행가이드책자를 펴내면서 표지를 포함해서 3분의 1이상의 사진을 해외출장이나 여행을 다니면서 찍어놓았던 작품으로 쓸 정도로 프로급 실력을 갖추게 됐다. 초보시절에 야외촬영을 다니면서 겪었던 해프닝, 첫 아이가 태어나면서 귀엽고 사랑스러운 표정을 담아둔 사진첩들, 그만 좀 하라는 아내의 애교섞인 투정까지 모두가 김사장 가족에게는 아름답고 소중한 추억의 한 페이지로 남아 있다.

<이선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