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기획사 "베스트북" 독립선언

지난 95년부터 유명 출판사들의 컴퓨터 서적을 기획에서 제작까지 대행해온 출판기획사 베스트북(대표 박성현)이 최근 「세계제일 홈페이지 만들기」라는 책을 내놓으며 독립을 선언,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베스트북은 그동안 기획, 출판한 책만도 민음사의 「제대로 배우기」시리즈를 비롯해 한컴프레스의 「따라해보세요」시리즈, 「이찬진의 쉬운 컴퓨터」 등 34종에 달할 뿐만 아니라 이들 책이 대부분 1만부 이상 팔리는 등 베스트셀러 제조기였다. 따라서 이번 베스트북의 독립은 국내 컴퓨터 출판시장을 사실상 좌지우지해왔던 출판기획 전문회사의 독립선언이자 곧 기존 출판사들과의 경쟁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국내 컴 출판계에 큰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이러한 전망은 우선 이 회사가 지난 3월 출판사 전환과 동시에 선보인 「세계제일 홈페이지 만들기」와 「원샷 윈도우 95와 인터넷」이 최근 교보, 영풍문고 등에서 속속 베스트셀러 대열에 진입하는 등 벌써부터 전국 유명 서점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사실에서도 읽을 수 있다.

또 현재 출판을 앞두고 있는 책만도 「오토캐드 R14」 「인터넷폰 사용하기」 「스튜디오 맥스 2.0」 등 10여종에 이른다.

교보문고 등 서점 관계자들은 베스트북의 출판사 전환이 순조롭게 이루어질 수 있었던 배경을 독자들의 독서취향을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는 기획력에서 찾고 있다. 즉, 기존의 출판사들은 대부분 영업과 기획기능이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독자들의 독서취향을 정확하게 반영하기 어려운데 반해 베스트북은 독자의 요구를 파악하지 못하면 1백% 도태될 수밖에 없는 기획회사 시절 축적된 기획력이 벌써부터 국내 독자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설명이다.

사실 베스트북은 지금까지 출판기획 수수료로 15%라는 전무후무한 인세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언제든지 자신의 책을 낼 수 있는 「준비된 출판사」였다는 것이 컴 출판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평이다.

그러나 베스트북의 독립선언은 계획보다 빨리 찾아왔다. 이와 관련해 박성현 사장은 『최근 심각한 불황을 겪고 있는 국내 출판사들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외주제작을 속속 포기함에 따라 평소에 꿈꾸어오던 독립을 결행하게 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박 사장은 요즈음 는코 뜰새없이 바빠졌다. 출판기획은 물론 영업도 직적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를 위해 시간이 날 때마다 서점에 나가 독자들의 반응을 확인하고 보도자료 작성 등도 직접 챙기고 있다는 설명이다.

박 사장은 『국내 컴 출판기획 1세대 출신 사장으로써 책임과 의무감를 동시에 느끼고 있다』며 독립의 소감을 다음과 같이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베스트북은 지금까지 새장 속의 새였습니다. 먹을 것 걱정은 하지 않지만 날지를 못하는 새 였지요. 이제 조금 더 힘은 들겠지요. 그렇지만 스스로 벌레를 잡아먹는 자유로운 새, 더 성장할 수 있는 새가 되지 않겠습니까』

그동안 국내 컴 출판계는 영진출판사와 정보문화사가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고 그 다음으로 크라운, 성안당 등이 뒤고 있다. 그러나 이들 선두그룹 컴 출판사는 사주가 대부분 출판기획보다는 영업 출신이기 때문에 기획 전문가들의 활동영역이 큰 제약을 받고 있다는 것이 출판전문가들의 한결같은 평가이다.

그 결과 국내 컴 출판계는 그 역사가 15년 정도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컴퓨터 활용서 위주의 초보적인 출판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베스트북이 앞으로 국내 컴 출판환경의 선진화에 얼마나 큰 활약을 보일지 벌써부터 기대가 커진다.

<서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