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연 혁신방안"에 나타난 문제점

정부 기획예산위원회가 8일 공청회에서 발표한 출연연 경영혁신방안은 크게 각 부처에 소속되어 있는 출연연을 분야별로 연합이사회를 구성해 범정부차원에서 관리하고 출연연에 대한 평가작업을 통해 경쟁을 유도, 경영혁신을 추진한다는 게 핵심이다. 특히 시안은 인문사회계의 경우 국무총리실에서, 이공계 과학기술출연연의 경우 오는 6월경 신설될 국가과학기술위원회를 통해 종합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방안이다. 이처럼 이번 출연연 경영혁신안은 출연기관의 운영시스템과 관리방식을 개편, 경영과 효율성을 높이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따라서 이 시안이 그대로 확정할 경우 외형적으로는 출연연은 범국가관리체제에 놓이게 된다.

그러나 연구기관별 성격을 상당부문 무시한 연합이사회 제도의 도입이나 중립적인 평가기관의 설치 등은 자칫 옥상옥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같은 입장은 8일 오후 열린 공청회에 참석한 10명의 토론자중 8명이 연합이사회의 도입에 강한 반대의견을 내놓은데서도 나타나고 있다.

시안을 마련한 행정개혁위원회 출연기관분과위원회측은 과학기술계 연구소를 기초과학연구회(원), 산업응용연구회(원), 과학기술정책연구회(원) 등 3개 연합이사회로 구성, 운영하도록해 주무부처로 부터 간섭을 배제하고 출연연에 자율성과 책임성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운영시스템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이 경우 개별 출연연은 각자의 특성을 유지하면서도 하나의 큰 연구회아래 대통합을 이루게 되고 소관부처 구분없이 다양한 정책연구가 가능해 연구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독일의 막스플랑크연구회를 모델로 삼고 있다. 연합이사회를 도입하고 있는 독일의 막스플랑크연구회는 80년대 산하 70여개 연구소중 18개의 연구소를 신설하고 27개 연구소를 폐지하는 등 연구조직의 신설과 폐지가 유연하게 이뤄졌다고 행정개혁위는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과기노조를 비롯한 출연연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연합이사회가 형식에 치우칠 공산이 크고 인문사회계 출연연과는 달리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질적인 분야를 연구하는 연구소를 일괄해 하나의 연합이사회로 구성하는 것은 무리하고 주장하고 있다. 다시말해 국가적으로 개발해야 할 중요한 연구과제 등은 이사회를 통해 결정해야 하는데 비전문가들로 구성된 연합이사회가 제대로 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출연연 관계자들은 특히 이 경우 연합이사회 내에 분야별로 소분과 구성이 불가피하여 옥상옥으로 연합이사회에만 최저 40명에서 최고 1백여명 이상의 전문가들이 필요할 지 모른다는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연합이사회의 출범과 함께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설치를 통한 과학기술계 출연연의 관리방식도 사회주의국가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전근대적인 발상이며 연구소 분권화가 추세인 세계흐름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와함께 유사 중복기능의 통, 폐합 역시 출연연간의 자율적인 경쟁으로 봐야지 이를 중복연구로 인한 자원낭비로 보는 시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연구의 다양성이나 새로운 아이디어개발은 경쟁적인 관계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에대해 행개위측은 기본적인 연구비는 출연금으로 계상하고 나머지 연구사업비의 경우 주무부처에 계상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출연연과의 관계를 정립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또 유사연구기능을 가진 출연연을 한데 묶어 연합이사회를 구성, 유사기능을 가진 출연연의 연구파트를 단일화하는 만큼 연구개발의 시너지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출연연관계자들은 현재의 개별출연연 이사회를 정상화시키고 기관장들에게 통, 폐합 등 자율경영 내지는 경영혁신방안을 마련토록 해도 출연연 개혁은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과기부의 고위관계자는 『연합이사회의 구성에는 과기부는 물론 전 출연연구소가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말하고 『연합이사회는 출연연구소에 대해 진정한 자율경영이 이루어지면 불필요한 것』이라고 반대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인수 행정개혁위원회 위원장은 『다소 진통이 따르더라도 출연연의 진정한 개혁을 위해서는 현재의 운영시스템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13일 기획예산위원회를 거쳐 국무회의에 상정해 확정한 후 6월부터 본격 경영혁신작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