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삼성전자의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에 이어 9일(현지시각) 현대전자가 미국 오리건주 유진 반도체 공장을 본격 가동함에 따라 국내 반도체업체들의 해외생산시대가 열렸다. 주력 제품인 16M와 64MD램 가격의 계속된 하락과 금융위기라는 최악의 상황에서 어렵게 시작된 반도체 해외생산 강행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찬반으로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정작 반도체업계는 해외 현지 생산이 살아남기 위한 불가피한 대안임을 강조하고 있다. 국내 반도체업체의 잇따른 해외공장 가동이 갖는 의미와 앞으로 세계 반도체업계에 미칠 영향 등을 상, 하로 나눠 점검한다.
<편집자>
삼성전자의 오스틴 공장과 현대전자의 유진 공장이 D램산업에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일단 당사자인 삼성전자와 현대전자측은 사실상 세계 메모리 반도체시장을 주도하는 선두업체면서도 국제간, 특히 한.미간 통상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약자의 입장이 됐던 지금까지의 관행에 분통을 터뜨린다.
미국의 경쟁업체는 언제나 제소자인 반면 한국업체들은 늘 피소자의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D램 경기가 최고조였던 지난 95년경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된 미국 반도체 공장 건립 계획은 이같은 배경아래에서 수립된 것이다.
한국산 D램을 겨냥한 미국 메모리 반도체업체의 덤핑 제소는 단 한해도 거르지 않고 국내 반도체산업을 짓눌러왔다.
한국의 반도체업계가 미국 현재 생산라인의 불가피성을 느낀 것은 바로 이것 때문이다.
이때부터 한국업체들은 경쟁적으로 미국 현지 반도체 일관 가공라인(FAB) 건립을 추진해 왔다. 당시만 해도 충분한 경제적 여력도 있었다.
경쟁국인 일본의 경우 이미 80년대 초부터 D램의 미국 현지 생산체제를 구축, 미국내 마케팅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지키고 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IMF가 터진 지난해말 이후 상황은 1백80도 급변했다. 국내 반도체업계는 지난 95,96년부터 추진해왔던 해외 생산기지설립 계획이 무산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팽배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준공과 본격적인 생산을 눈앞에 두고 있던 삼성전자의 오스틴 공장과 현대전자의 유진공장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못할 최악의 상황이 점쳐지기도 했다.
더욱이 오스틴과 유진 이외에 추진되던 해외 반도체 공장 건림 계획이 사실상 백지화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반도체업체의 해외 생산 기지 확보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됐다.
하지만 한국업체들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시황 악화와 반덤핑 공세를 피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현지화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영환 현대전자 사장은 미국 반도체공장과 관련해 "반도체는 현대전자의 핵심사업"이라는 말로 투자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삼성전자 역시 같은 이유로 오스틴 공장의 조기 가동을 추진했다.
양사의 미국 현지 공장의 주력 생산제품이 최근의 시장 주도 품목인 64M 싱크로너스 D램이라는 것도 이같은 주변 여건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전자와 삼성전자의 초기 생산 물량은 8인치 웨이퍼를 기준으로 월 2만5천~3만장 수준이다.
공장 가동이 본궤도에 오르는 99년 총 생산 예상물량은 64MD램 5천만~6천만개 정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과 현대는 그러나 이런 수치보다 현지화가 가져올 부대효과에 더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급변하는 메모리시장의 수요상황을 시장에서 보다 가깝게 지켜봄으로써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마케팅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