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ERP와 얀 반

최근 기업의 경영환경과 정보기술환경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다. 특히 국내 기업들은 IMF체제를 맞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대대적인 체질개선을 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이런 가운데 전세계적으로 전사적자원관리(ERP) 패키지가 크게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부터 ERP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룹사를 포함한 대기업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중소기업까지 ERP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ERP 분야의 대표적인 기업들이 SAP, 바안 등 유럽 업체들이라는 점이다. 이 소프트웨어는 전세계 컴퓨터업계를 장악하고 있는 IBM,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등 미국 정보기술(IT)업체들이 유일하게 파고들지 못하는 분야다. 이것은 아마 수백년 간에 걸쳐 유럽이 쌓아온 근검절약정신과 상인정신이 ERP 분야에 깊숙이 배어 있는 탓이 아닌가 싶다.

이 중에서도 네덜란드 바안사는 엄격한 칼뱅주의자인 얀 반(Jan Baan, 52)이라는 인물에 의해 오늘날 세계적인 소프트웨어업체로 성장한 것으로 유명하다. 반 회장은 자산이 40억 달러나 되는 기업체를 운영하면서도 부수적으로 따르는 특권들을 거부하며 검소하게 생활하고 여가시간에도 종교혁명에 관한 책을 읽는다고 한다.

1946년 3월 네덜란드에서 출생한 그는 중등학교인 MULO를 졸업하고 68년에 회계사무소에 취직해 식품업체의 회계감사인, 컨설턴트를 거쳐 78년 5월에 바안사를 설립했다. 바안사는 당초 재무 컨설팅회사였지만 79년부터 소프트웨어 개발사업에 진출했다. 87년부터는 ERP 패키지 제품의 개발에 착수해 90년대 초 북미시장에 진출했으며 지금은 미국 보잉과 포드, 캐나다 노르텔 등 북미지역의 대기업들이 바안 패키지를 채용하는 등 현재 급성장하고 있다.

13일 반 회장이 한국을 방문한다. 그는 이번 방한에서 자사 신제품과 구축방법론을 소개하고 한국시장에 대한 전략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IMF한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산업계와 소프트웨어업체들이 기대하는 것은 그의 근검절약정신과 미국에 진출해 성공한 비결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