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반도체 해외 생산시대 개막 (하);의미와 전망

국내 반도체 산업은 메모리분야에서 만큼 세계 최고의 자리를 지키면서도 언제나 세계 최대의 반도체 국가인 미국과 일본의 끝없는 견제를 받아왔다.

특히 미국의 대표적인 D램업체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연례행사처럼 한국산 반도체에 대한 덤핑혐의를 제기하면서도 정작 일본업체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일본과의 경쟁에서 한국은 지난 96년 이후 제품 개발이나 생산량을 압도하면서도 언제나 덤핑이나 특허 분쟁에서 일본보다 불이익을 당한 것은 바로 현지 생산체제의 미비 때문이라는 처방을 내리고 있다.

일본업체의 경우 이미 히타치와 NEC가 지난 84년 4M와 16MD램 생산공장을 미국내에 설립, 현지화에 나선 이후 96년까지 끊임없이 현지 생산체제를 구축해왔다.

반도체 산업의 미주지역 현지화는 필요충분조건이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전자제품 시장이자 반도체 시장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생산하는 반도체의 40% 이상이 미국에서 소비된다는 점을 감안할 경우 우리나라 반도체업체의 현지화는 오히려 크게 늦은 셈이다.

여기에 최근들어 대만이 D램 사업을 주력 품목으로 정부 차원에서 집중육성, 타도 한국을 외치고 있어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사면초가에 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반도체업체의 잇따른 미국 현지공장 가동은 실보다 득이 많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의 반도체 분야 반덤핑 압력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아래 미국 현지에서 반도체를 양산함으로써 반덤핑 공세로부터 원천적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의 이점은 시장에서의 유연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현지업체들의 수요 성향과 흐름을 제때 파악해 필요한 제품을 적기에 생산 공급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출 수 있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경쟁력이라는 데 이의가 없다.

특히 삼성과 현대의 공장이 있는 지역은 메모리 반도체의 대형 수요업체인 컴퓨터업체들이 밀집해 있는 곳으로 물류비 등 간접 비용의 절감 효과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와 현대전자측은 또한 이번 공장 가동으로 국내 반도체 산업의 고질적 난제인 메모리 편중 구조를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잡겠다는 의중도 나타내고 있다.

최근 반도체 기술은 메모리와 비메모리 기술이 하나의 칩에 집적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최고의 메모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업체들이 세계 최고 비메모리 기술 전시장인 미국에서 탈 메모리의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이와는 별도로 이번 미국 공장 본격 가동은 국내 반도체 공장의 설비 투자 자제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국내 반도체 장비업체들에도 적지 않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