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유통업체 첨예한 이해 대립 "소형가전 공동브랜드" 난항

중소가전업계가 내수부진 극복, 판로확보를 위해 소형가전 공동브랜드 도입과 공동유통망 개척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참여 제조업체들과 유통업체간 첨예한 이견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소형가전을 공급하기로 한 일부 중소가전업체들이 판매를 담당하기로 한 유통업체인 콘타웨어(대표 노태영)에 대해 현금거래 및 담보설정 등 재정신뢰성의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소형가전 공동브랜드는 유통전문업체인 콘타웨어측이 최근 판로를 잃어버린 중소가전업체들을 대상으로 「제니스(ZENIS)」라는 공동브랜드로 직접판매방식의 GS(Guide Sale)마케팅법을 도입해 시장을 개척해 나가자고 제의하면서 시작됐다.

콘타웨어는 6백여개의 유통망을 갖고 물리넥스, 크룹스 등 외산 소형가전제품을 국내에 공급해온 유통전문업체로 최근 외산제품의 수익성 악화로 사업전환을 고민하면서 이같은 제안을 하게 된 것.

더구나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콘타웨어측이 내놓은 GS마케팅법은 소비자와 직접 대면해 제품의 특장점을 설명하고 판매를 활성화할 수 있는 점두판매방식이어서 오히려 브랜드가 취약한 중소가전업체들에 실익이 크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소가전업체들은 그렇지 않아도 최근 가전업체들의 사업구조조정 과정에서 졸지에 납품권을 잃어버려 판로확보에 애를 먹고 있던 터라 여간 반가운 제의가 아닐 수 없었다.

또한 직접 유통을 해 본 경험도 없고 영업인력을 충원하기에는 여력이 없는 중소업체들로서는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콘타웨어의 제안을 거부하기 힘든 상황.

그러나 일부 중소가전업체들은 콘타웨어가 이런 중소업체들의 어려운 상황을 오히려 악용하게 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가장 큰 이견은 담보설정 및 현금거래 문제. 통상적으로는 거래가 성사되기 전에 유통업체가 물건을 갖고 가는 대신 담보를 설정해주고 어음을 발행하지만 콘타웨어측은 담보설정을 꺼릴 뿐만 아니라 원래 현금결제를 하기로 했지만 당분간 신용거래를 하자고 제시하고 있어 사업 성사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더욱이 담보도 납품하는 수십개의 업체들이 공동으로 설정하면 만약의 경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 중소제조업체들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일부 중소가전업체들은 논의만 여러차례 진행하고 아직 제품을 공급하지 않고 보류해두고 있다. 어떻게 추진되는지 좀더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콘타웨어의 입장으로서는 이런 중소가전업체들의 조심스런 태도가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콘타웨어측은 『현재는 재정상태가 크게 양호하지는 않지만 상호협력하에 발빠르게 시장을 활성화해 나가면 담보는 금세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며 『기존의 사고방식과 구태의연한 판매방식을 고집하면 결국에는 이도저도 못하게 될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중소업체 관계자들은 『공동브랜드를 도입해 함께 판로를 확보한다는 취지는 좋으나 워낙 상황이 어려운데다 어떻게 될지 몰라 쉽게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며 『대의적인 관점에서 크게 합의해야 하는데 사운이 걸려 있는 문제라 더 고심을 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어 당분간 소형가전 공동브랜드 추진이 성사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