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한파로 건축, 건설경기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PA(Public Address)장비, 조명기기, 가정자동화(HA) 등 관련업계가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IMF한파 이후 건설업체들의 잇따른 부도사태로 아파트 13만가구를 비롯해 크고 작은 공사가 수개월 중단되면서 그동안 이 시장에 절대적으로 의존해오던 PA장비, 조명기기, HA 등 관련업계가 극심한 수요부족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올 하반기 이후 건설분야의 부도업체 수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관련업계는 구조조정을 통해 사업을 축소 또는 포기하거나 내수중심에서 탈피해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대형건물, 공공기관, 공연장, 교회 등에 옥내외용 방송용 장비를 공급해온 PA장비업계는 올들어 건축시장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판매량이 지난해에 비해 5분 1 수준으로 급감함에 따라 새로운 아이템을 개발하는 한편 해외시장 개척 등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해태전자, 아남전자, 태광산업 등 지난해 하반기부터 신규사업으로 PA장비시장 진출을 추진해온 오디오 전문업체들은 이 분야가 부가가치가 높은 반면에 투자비가 많이 소요되는 만큼 건축경기가 회복세로 전환될 때까지 당분간 사업진출 계획을 전면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영세 중소업체로 구성돼 있는 조명기기업계는 최대 수요처인 건설업체들의 부도에 따른 공사중단과 절약운동 확산으로 수요가 급감한데다 환율인상으로 수입에 의존해온 원자재 값이 급등하면서 공장가동률이 떨어지는 등 최악의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
태원전기, 열기사, 정우조명 등 몇몇 중소전문업체들은 해외시장 개척으로 불황극복을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내수에 전적으로 의존해온 대다수 업체들은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건설경기 악화로 큰 타격을 입고 있는 HA업계도 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사업을 축소하거나 신기술, 신제품 개발로 불황극복에 나서고 있지만 건설경기가 회복되지 않으면 기업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울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건설부양책 등 획기적인 경기부양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건설업체들의 부도사태가 더욱 확산됨은 물론 이 시장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관련 전자업계의 연쇄부도도 우려된다』고 밝혔다.
<김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