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 대리점, 세팅폰 "쪼개팔기" 활개

일부 휴대폰 대리점들이 실적장려금 확보를 위해 대리점주 이름으로 사전에 전화번호를 받아놓은 휴대폰(일명 세팅폰) 가운데 일부를 일반인 실가입으로 전환하지 않고 기기를 부속품 단위로 분리, 따로 판매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선 휴대폰 대리점들이 최근 가입자를 많이 확보하기 위해 일반인에게 단말기와 서비스가입비를 6만원 정도 받고 가입시키는 가운데 일부 대리점들은 이들 제품 가운데 일부를 충전장치, 단말기본체, 밧데리로 나누어 특정부속품이 필요한 사람에게 별도로 팔고 있다.

대리점들이 이처럼 세팅폰을 부속품으로 나누어 처분하는 것은 서비스사업자에게서 세팅폰을 많이 받았다가 이를 모두 처분하기 어렵게 되자 장려금이나 통화수수료를 노려 이를 재고로 쌓아두는 것보다 미리 받아놓은 전화번호를 휴지시킨 채 단말기 부속품을 별도로 판매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휴대폰 대리점이 가입자 한 명을 확보한 뒤 받는 각종 리베이트는 일러야 30일 후에나 지급되지만 기기를 따로따로 판매할 경우 배터리와 충전장치를 각각 4만∼5만원에 판매할 수 있고 단말기 본체도 10만원 이상 받을 수 있으므로 6만원선의 신규가입자를 유치하는 것보다 현금확보면에서 훨씬 유리하다.

이같은 사례는 특히 하위 대리점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 대형 대리점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는데 서비스 사업자들이 가가입자 수와 다달이 이월되는 세팅폰 현황을 정확하게 집계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최대한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용산 전자상가에서 휴대폰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서비스 사업자가 달마다 공급하는 물량 가운데 80∼85%만이 실가입자용으로 판매되고 나머지는 다음달로 이월하는데 이 가운데 10% 정도를 부속품으로 따로따로 분리해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휴대폰 단말기 분실이 많아지고 한 번호를 여러 사람이 사용하는 경우가 빈발해지면서 일선 대리점에 단말기 분해판매에 대한 문의전화가 하루에 2∼3건씩 걸려오고 이 가운데 절반 정도가 실제 단말기 부속품을 구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휴대폰 서비스업체의 한 관계자는 『대리점들이 가입자 유치를 위해 무리한 판촉을 전개하면서 자금동원을 위해 단말기 부속품을 파는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부속품 판매는 대리점의 부실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 조만간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