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회사에서 동일한 등급의 새 차를 개발할 때는 원칙이 있다. 이전 모델보다 무조건 생산원가가 낮아야 된다는 것이다. 같은 배기량의 자동차라면 새로 나온 모델이 성능이야 낫겠지만 사실상 더 싼 차인 셈이다.
PC 주변기기 중에서도 라이프사이클이 짧은 모뎀의 경우 이 원칙은 더욱 철저히 적용되어왔다. 80년대 후반 국내시장의 1.2kbps 모뎀가격이 무려 1백50만원에 달한 때도 있었지만 불과 10년이 지난 현재 56kbps 모뎀가격은 5만원대 제품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바로 이 치열한 원가절감 경쟁이 하드웨어 모뎀의 「소프트화」를 유발했으며 모뎀업계의 수익률을 저하시킨 주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소프트웨어 모뎀은 하드웨어 모뎀의 여러 기능을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CPU)가 대신 처리하는 원가절감형 모뎀이며 「소프트화」란 부품기능을 소프트웨어로 대체하는 것을 뜻한다.
하드웨어 모뎀에서 「소프트화」되는 부분은 펌웨어를 저장하는 메모리와 데이터 압축, 에러 정정기능을 담당하는 디지털신호처리(DSP) 칩으로 나눠진다. 그리고 소프트 모뎀은 그 「소프트화」의 정도에 따라 중간단계의 윈모뎀(콘트롤레스 모뎀)과 완전한 소프트 모뎀으로 구분된다.
윈모뎀은 모뎀 구동환경을 설정하고 통신 프로토콜을 저장하는 메모리기능을 PC본체의 CPU가 대신하는 구조로 되어있다. 윈모뎀이라는 호칭은 도스체제에서는 작동되지 않고 윈도환경에서만 작동하기 때문에 붙여졌다. CPU성능의 10% 정도만 모뎀구동에 사용하므로 통신을 하면서도 다른 애플리케이션을 동시에 구동하는 데 무리가 없다.
일반적으로 윈모뎀은 1백66㎒ 이상의 펜티엄PC에서는 일반 하드웨어 모뎀과 동일한 성능을 발휘하며 개인사용자가 장착하기는 불편하므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시장을 중심으로 보급되고 있다.
윈모뎀의 장점은 메모리를 제거함으로써 관련 부품수도 크게 줄여 하드웨어 모뎀에 비해 2만원 가량 싸다는 점이다. 최근 국내 PC제조업체들이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윈모뎀의 채택을 늘리고 있어 하반기 모뎀 OEM시장의 40% 가량을 점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 하반기에 본격 출시될 PCI버스방식의 모뎀은 모두 윈모뎀계열에 해당된다.
반면 순수한 소프트 모뎀은 메모리와 DSP칩의 기능을 본체 CPU가 모두 맡고 모뎀카드에는 전화선과 연결되어 변복조기능을 담당하는 코덱(CODEC)부분만 남는 구조로 되어있다. CPU성능의 20% 이상이 모뎀구동에 사용되므로 윈모뎀보다는 PC자체의 CPU성능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지만 CPU의 소프트웨어만 바꾸면 간단히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설치과정이 까다롭고 신뢰성에서 약간 떨어지지만 고장날 부분이 없는 단순한 구조와 업그레이드의 용이성, 작고 가벼운 구조는 큰 장점이다. 국내에서 생산하는 모뎀 중에서 가산전자의 「모디오 엑시드」와 ACN테크의 「통달-7」 등이 순수한 소프트 모뎀에 해당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