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영화제로 가자」.
비디오업계를 비롯한 영상업계가 13일 프랑스의 소도시 칸에서 열리는 「칸영화제」에 대거 참가한다. 업계에 따르면 올 칸영화제에 참가하는 영상관계자들은 줄잡아 2백∼3백여명선. 구조조정중인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모두 참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예전의 「입도선매」바람이 다시 부는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해 열린 칸영화제의 견본시장은 업계의 사전 정지작업으로 큰 「불상사」는 나타나지 않았다. 채산성이 악화되고 「한국업자들은 봉」이라는 외국영화사의 비아냥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잇달아 제기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프랑스행 비행기는 한가하다 못해 썰렁했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작금의 상황은 슬그머니 바뀐 모습이다. 12일 오후 1시30분발 프랑스행 비행기는 영화제보다는 견본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우리나라 영화, 비디오업자들로 초만원이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의 영화, 비디오 판권 수급상황을 고려하면 업자들의 「사고 보자」식의 투기 조짐이 일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업체들이 이번 칸영화제에서 판권을 사두지 않으면 올 하반기 또는 내년 초의 영화, 비디오의 수급이 어려울 것이라는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고 설명하고 따라서 이번 칸영화제는 영화제보다는 견본시장에 더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외국영화사들이 과연 우리나라의 영상 수급현황을 전혀 모르고 있느냐는 점이다. 한 관계자는 『그들은 지난 2월 열린 아메리칸필름마켓(AFM)에서 한국업체들의 구매가 한산했던 점을 감안, 한국업자들이 이번 칸영화제에 대거 몰려들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다시말해 외국 영화사들이 한국영상산업의 현황 뿐만 아니라 흥행업자들의 생리까지 파악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판권을 산다는 것은 주가가 최고조로 오를 때 투기하는 것과진배없는 무모한 배팅』이라면서 『이번 칸영화제에서 또다시 우리나라 영화업자들이 「봉」이라는 말을 들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칸영화제는 오는 24일까지 계속된다.
<모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