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바안사 얀 바안 사장

업무용소프트웨어분야의 거물급 인사인 얀 바안(Jan Baan, 52) 바안사 회장이 자사 임원진과 함께 13일 한국을 방문했다.

이날 힐튼호텔에서 열린 「바안시리즈 로드쇼」에 참석하기 위해 내한한 바안 회장은 『한국을 이탈리아와 브라질과 함께 세계 3대 전략거점으로 육성할 계획』이라며 한국의 ERP시장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 또 『최근 어려워진 경제상황으로 한국 기업들의 ERP에 대한 투자가 멈칫하고 있지만 오히려 이를 시장진출의 좋은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

바안 회장이 지난 78년 설립한 바안사는 전사적자원관리(ERP)솔루션 공급만으로 지난해 세계시장에서 6억8천만달러의 매출과 업계최고의 성장률을 기록한 세계적인 ERP업체다. 특히 제조, 자동차, 전자, 우주항공, 방위, 프로젝트성 산업 등의 분야에서 강점을 가진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한국시장에는 지난 95년에 한국중공업에 ERP를 구축하면서 첫 발을 내디뎠으며 지난해 7월에 한국에 법인을 설립하면서 시장공략의 고삐를 바짝 죄기 시작했다. 바안 회장이 이번에 방한한 것도 시장잠재력이 높은 한국시장에서의 입지를 한층 다져나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국의 ERP시장에 대한 전망은.

▲경제상황이 어려워 한국기업들이 ERP 투자를 늦추고 있다고 들었다. 그렇지만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어 곧 ERP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본다.

우리 회사는 한국시장의 잠재력이 매우 높아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일본 다음으로 중요한 시장으로 보고 있다. 유럽의 전략거점인 이탈리아와 남미의 거점인 브라질과 함께 한국을 아태지역 거점으로 삼으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올초 바안사는 새로운 ERP패키지를 선보였다. 기존 제품과 크게 달라졌는가.

▲그렇다. 과거의 ERP패키지는 큰 덩어리로 돼 있어 급속도로 변화하는 기업환경에 맞지 않는 면이 많았다. 이번에 내놓은 「바안시리즈」는 각각의 모듈이 독립적이면서 서로 연결해 쓰기 쉽도록 콤포넌트방식으로 설계돼 경영환경의 변화에 맞게 탄력적으로 바꿔쓸 수 있다. 프로그램 구성이 자유로워 항상 새로운 사용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게 신제품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우리가 신제품 개발프로젝트명을 「늘 새롭다」는 뜻에서 「에버그린프로젝트」라고 이름붙인 것도 이 때문이다.

-바안사가 세계적인 업체이기는 하지만 한국시장에서는 아직 이름이 낯선 후발주자다. 어떻게 선발업체들을 따라잡을 계획인가.

▲한국은 이제 ERP의 보급이 시작된 신흥시장이다. 따라서 선발업체와 후발업체로 나누는 것은 무의미하다. 「얼마나 오래 있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빨리 시장을 장악하느냐」가 중요하다.

우리 회사의 강점은 어느 시장에서도 빨리 적응해 성장한다는 점이다. 경쟁사들보다 북미시장에 늦게 진출했지만 불과 몇년만에 40%이상을 점유했듯이 한국시장에서도 어느 정도 정상궤도에 오르면 초고속 성장할 자신이 있다.

바안 회장은 앞으로의 사업방향에 대해서는 「ERP시스템의 구축보다는 이를 유지보수하고 개별회사의 ERP시스템을 협력사 등으로 확장하는 정보기술에 대한 수요가 날로 커질 것이기 때문에 이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창출에 주력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북미나 동남아시장처럼 사업하기 쉬운 곳보다는 한국처럼 사업하기 어려운 시장을 좋아한다고 말할 만큼 도전욕구가 충만한 그는 이날 저녁 중국 베이징으로 떠났다.

<신화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