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홀로그램 "공해"

최근 불법비디오 식별 및 유통근절을 위해 비디오테이프 내용물과 케이스 등에 부착하는 홀로그램이 과도하게 나붙으면서 업계 및 소비자들의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요즈음 출시되는 비디오테이프들은 제품(케이스 포함)당 2∼4장의 홀로그램이 부착되고 있는데,홀로그램이 3장 이상 붙어 있는 경우는 각 비디오제작사 자체의 홀로그램과 한국영상음반유통업협회와 한국비디오제작사협의회가 공동설립한 한국VH주식회사가 발행한 것을 함께 부착하기 때문이다.

현재 CIC는 제품당 자사 고유의 홀로그램 1장과 한국VH의 홀로그램 2장을 함께 부착하고 있고,브에나비스타홈엔테인먼트는 각각 2장씩 모두 4장을 붙이고 있다. 이와 달리 시네마트, 우일영상, 스타맥스, 20세기 폭스 등은 한국VH의 홀로그램 2장만을 부착하고 있다. 이처럼 비디오에 여러 개의 홀로그램이 붙게된 것은 지난 2월 한국비디오제작사협의회(제협, 회장 강상수)와 한국영상음반유통업협회(영유협, 회장 최영진)가 「불법물 근절」을 위한 업계 공동의 홀로그램을 발행하고 이를 각 회원사들이 1장당 40원에 구입해 2장씩 부착하도록 의무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시작됐다. 이후 업계 일각에서 『제협이 비디오테이프 가격인상을 보장받는 대신 업종단체인 영유협은 홀로그램 발행에 따른 수익을 얻기로 모종의 거래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두 단체는 3월 초 홀로그램 관련사업의 독자운영을 위한 한국HV주식회사를 설립하고 4월부터 홀로그램 발행을 본격화,1장당 30원씩을 받고 있다.

그러나 한국VH가 강상수(제협), 최영진(영유협)의 공동 대표이사체제로 운영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또다시 문제화됐고 이에 문화관광부가 시정을 권고,현재는 최영진 회장이 발을 뺀 상태다.

한 비디오 제작사 관계자는 『이같은 우여곡절은 근본적으로 업계에 「영유협과 제협이 홀로그램을 발행하고,이를 비디오 제작사들이 구입해 부착토록 의무화하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상당수의 업계 관계자들이 불법물 근절은 곧 자사 상품의 저작권 보호와 연결되는 일이기 때문에 이를 목적으로 한 홀로그램 발행 여부는 근본적으로 비디오제작사,즉 관련상품으로 인한 수익을 얻는 곳에서 결정하는 것인데 제3자인 한국VH가 업계 공동의 홀로그램을 발행하고 이의 부착을 의무화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사전에 업계간 합의가 이루어진 상태라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CIC와 브에나비스타의 경우처럼 「울며 겨자 먹기」로 과도한 양의 홀로그램을 부착해야만 하는 부담이 생겨나고 있어 문제다.

CIC와 브에나비스타측은 미국 본사가 한국VH를 통한 홀로그램 공동 발행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해 한국지사들이 홀로그램 이중 발행 및 제작비용 부담을 떠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수작업으로 홀로그램을 부착하기 때문에 추가되는 작업시간과 인건비도 만만찮은 상황이다.

최근 한국VH측은 이같은 업계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주주 구성을 바꾸는 한편 홀로그램 발행방식을 새로운 형태의 「용역」시스템으로 전환할 것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홀로그램의 발행주체가 굳이 한국VH여야만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명쾌한 답변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이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