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관은 지난 1887년에 처음 등장한 이래 1백년 동안 우리의 눈을 사로잡아 왔다. 영상 관련업계의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지금까지 많은 디스플레이들이 발표됐지만 그 중에서 브라운관만큼 가격대비 성능이 뛰어난 디스플레이는 없다』고 말한다.
브라운관의 경쟁상대인 TFT LCD 업체의 관계자들도 이 점에 대해 반박하는 의견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만큼 가격대비 성능면에선 브라운관이 디스플레이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브라운관이 가격대비 성능면에서 뛰어나기 때문에 TFT LCD의 공세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장담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TFT LCD의 기술개발 속도가 빠르게 이루어지면서 브라운관에 비해 약점으로 여겨졌던 해상도나 휘도 등에서도 브라운관 수준으로 올라서고 있기 때문에 기본적인 성능면에선 양자간에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오히려 TFT LCD가 브라운관이 해결하지 못한 장점을 갖고 있다.
즉 디스플레이의 고유 속성인 해상도나 휘도 등에선 브라운관이 뛰어나지만 경박단소 및 저소비전력 측면에선 브라운관이 TFT LCD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관련업계의 한 관계자는 『TFT LCD가 브라운관에 비해 열세인 휘도나 해상도 등은 디스플레이의 요구수준을 만족하고 있어 치명적인 단점이 아니지만 브라운관이 열세인 스페이스(공간), 소비전력, 안정성 등은 치명적인 단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바로 이 점이 데스크톱 모니터시장에서 브라운관이 TFT LCD에 밀리게 되는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브라운관의 기술이 발전해도 대형으로 가면 브라운관 자체의 무게와 공간을 차지하는 비효율성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면서 『결국 이 점 때문에 현재 모니터의 시장 일부를 TFT LCD에 내주게 됐다』고 지적한다.
특히 저소비전력 측면에서 보면 대형으로 가면 갈수록 브라운관에 비해 TFT LCD의 뛰어난 점이 돋보이고 있다. 이 부분이 TFT LCD 업체들이 마케팅 세일즈 포인트로 가장 강조하고 있는 점이다.
관련업계의 한 관계자는 『TFT LCD의 소비전력이 브라운관의 4분의 1에 불과하다』면서 『초기 구입시 제품가격이 비싸지만 환경오염 측면과 장기사용시 생겨난 원가절감 측면에선 오히려 TFT LCD가 브라운관보다 효과적이다』고 밝혔다.
한 예로 17인치 CRT 모니터 20대를 하루 10시간씩 사용한 사무실이 15인치 TFT LCD 모니터로 교체했을 경우 한달에 절감되는 전력소비량이 약 1만6천2백50W에 이르고 있을 뿐 아니라 여기에 따르는 냉방비 등의 절감효과 등도 합칠 경우 초기 구입비를 충분히 상쇄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TFT LCD가 가격대비 성능면에서 아직도 브라운관에 밀리면서도 이같은 장점 때문에 대형 CRT로 작업하는 소프트웨어 업체나 은행 등 특수시장에선 브라운관시장을 잠식하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는 지적하고 있다.
특히 TFT LCD의 장점을 살린 마케팅력이 뒷받침될 경우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모니터시장에서도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원철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