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스펙테크놀로지 신재풍 수석 부사장

『벤처기업의 성공은 기술력과 경영 능력이 서로 잘 조화될 때 가능하며 따라서 한국 벤처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이러한 기술적 감각과 경영 능력을 함께 지닌 새로운 기술 인력들이 더 많이 배출돼야만 합니다.』

최근 미국 나스닥(NASDAQ)시장에 올해 최대 공모액수로 등록돼 화제를 불러온 아스펙테크놀로지사의 창업자 중 한 사람인 신재풍씨는 이러한 기술 인력에 대한 투자가 국내 벤처산업 발전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한다.

현재 신씨가 수석 부사장으로 있는 아스펙테크놀로지社는 주문형반도체(ASIC) 설계용 라이브러리 및 관련 소프트웨어를 개발, 판매하는 회사로 지난해 총 2천2백만달러 가량의 매출을 올렸으며 현재 종업원수는 대략 1백60명 정도다.

최근 이 회사는 미국 나스닥시장에 주당 13달러의 가격으로 총 6백만주를 공개, 총 7천8백만달러의 투자 자금을 끌어들임으로써 올해 미국 나스닥시장 공개(IPO)액수 중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아스펙이 이처럼 벤처기업으로 크게 성공한 데 대해 신 부사장은 『반도체 설계용 라이브러리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인정받은 것도 한 원인이지만 그보다 기술 개발과 회사 경영 등 각기 다른 분야의 공동 창업자들이 서로 잘 융화했고 각자의 영역을 정확히 인정해 준 결과』라고 말한다.

그리고 반도체 설계 기술과 같이 아무런 형체가 없는 분야에 대해 과감히 투자하고 그 결과를 묵묵히 기다릴 줄 아는 장기적인 안목도 중요한 성공 요인이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그는 『대부분의 한국 기업들은 단기적 시각에서 빨리 어떤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분야만을 선호해 투자하는 경향이 있는데 바로 이 점이 현재의 한국 반도체산업을 메모리 양산 분야에만 집중된 기형적인 모습으로 만든 주범』이라고 꼬집는다.

그래서 신 부사장은 최근 한국 ASIC시장을 눈여겨 보고 있다. 그의 국내 ASIC시장에 대한 이러한 관심은 조만간 국내업체와의 제휴 또는 직접적인 투자 형태로 구체화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신 부사장은 『아스펙은 과거 0.5미크론급 ASIC 시대부터 지금의 0.25미크론 기술에 이르기까지 삼성, 현대, LG 등 한국 소자업체들과 지속적으로 협력해 왔으며 이러한 관계를 더욱 강화시키는 차원에서 한국내 중소 ASIC 설계업체들과 공동 사업 추진도 현재 고려중』이라고 말했다.

30년 넘게 미국 생활을 해온 신 부사장은 미국에서 대학원을 졸업한 후 현재 세계 최대 ASIC 개발업체로 성장한 LSI로직사를 설립하는 일에 참여한 바 있으며 이때 만난 다른 3명의 엔지니어들과 함께 지난 92년 아스펙테크놀로지사를 설립했다.

<주상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