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2k문제 연중 기획 4] 동시다발 "피해보상" 속출

이른바 밀레니엄 버그로 불리는 컴퓨터 2000년(Y2k)문제가 단순한 인식의 차원을 벗어나 실제 금전적인 손실로 직결되면서 이를 둘러싼 소송대란이 일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00년을 불과 1년6개월정도 앞두고 Y2k문제로 인한 피해가 현실화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한 손해배상을 놓고 피해당사자들간의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같은 Y2k문제관련 소송사태는 한두 건이 아니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분야에서 봇물터지듯 쏟아져 나올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예컨데 Y2k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은행의 경우 1999년 1월에 통장을 개설한 고객이 2001년 1월에 예금을 인출할 때 연도인식 오류로 마이너스 98년간 예금을 한 것으로 컴퓨터가 계산해 이자환산에 일대 혼란이 생기면서 이에 대한 피해보상을 청구하는 사례가 속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신용카드 사용시도 이와 유사한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 가령 1901년 출생한 사람이 신용불량자로 분류됐다고 가정할 때 2001년에 태어난 사람 가운데 생일이 동일할 경우 금융기관과 신용거래를 할 수 없게 돼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다.

실제 이같은 피해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일부 선진국에서 이미 발생하고 있어 Y2k문제와 관련한 소송대란을 예고하고 있다. 최근 미국 디트로이트 부근의 한 식품점은 금전등록기가 2000년에 기한이 만료되는 신용카드를 읽어내지 못하자 등록기를 생산한 제조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또 미시간주의 한 농산물시장은 판매시점관리(POS)등록기들이 물건값을 계산할 때 유효기간이 2000년 1월 1일을 넘는 신용카드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피해가 발생, 이 시스템을 매장에 설치한 업체를 대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특히 이러한 유형의 사건은 유효기간이 2000년 이후로 된 비자카드나 마스터카드 등 각종 신용카드에서 잇따라 발생할 것으로 예상돼 앞으로 꼬리를 물면서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Y2k관련 소송사건이 점차 확산될 움직임을 보이자 이른바 밀레니엄 버그 신드롬도 나타나고 있다. 보험회사들이 Y2k문제로 인한 집단소송을 우려해 보험약관을 개정, 소비자들과 재계약을 체결하려는 것이다. 실제 이같은 움직임은 자동차보험, 화재보험 등 각종 보험상품을 취급하는 국내 보험회사들을 중심으로 활발히 추진중에 있다.

이에따라 내년 1월부터 손해보험회사가 판매하는 모든 보험상품 가운데 보험기간이 1년이상인 장기보험에는 「컴퓨터프로그램의 Y2k관련 피해는 보험회사가 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내용의 면책약관이 새롭게 추가될 예정이다. 손해보험업계는 99년 1월 1일부터 판매되는 1년이상 장기보험상품의 경우 Y2k문제에 곧바로 직면하게 돼 보험업계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어 면책약관의 도입은 불가피한 실정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실제 현행 보험약관에는 「컴퓨터 오류로 인한 손해는 보상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없어 앞으로 Y2k문제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을 때 보험회사가 전적으로 손해배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태다. 이에따라 손해보험업계는 Y2k관련 특별대책반을 가동해 이와 관련한 면책약관은 물론 예상가능한 손실액을 도출해내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 법률전문가들은 전세계의 Y2k소송관련 시장이 손해배상 청구금액과 변호사비용을 포함해 1조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따라 오는 2000년을 기점으로 이후 수년간은 Y2k문제관련 소송사태가 줄을 이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의 윤종수 변호사는 『국내의 경우 법적 소송문제로 직결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Y2k문제에 대한 대응이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적어도 1년이상 늦기 때문에 일단 Y2k관련 소송문제가 제기되면 여기저기서 동시다발적으로 터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