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직업] 사이버 기상 캐스터-오현택씨

『내일 날씨 참 야속하죠? 노동자들에게는 너무나 멋진 휴일이 되리라 잔뜩 기대한 분들이 많았는데, 비소식이 들립니다. 남서부에서 다가오는 기압골의 영향으로 전국적으로 메이데이엔 비가 오겠습니다. 양은 20∼40mm로 많겠고, 비구름이 지형적인 영향으로 한곳에 누적될때는 집중호우도 있겠습니다.』

올 가을 연세대 생물학과 졸업을 앞두고 있는 오현택씨(26)의 하루는 이같은 기상소식을 담은 메일을 「회원」들에게 발송하는 것으로 끝난다. 한때 푸시소프트웨어를 이용하기도 했으나 너무 인위적인 게 싫어 다시 「편지식」으로 전환했다.

96년부터 KBS 라디오의 기상캐스터로도 활동하고 있는 오씨가 발송하는 메일의 내용은 사람마다 「각양각색」. 같은 날씨정보라도 사람의 직업이나 나이, 관심분야에 따라 원하는 내용이 틀리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이라면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 같은 휴일을 중심으로 메일을 보내고 일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 사업자들에게는 중장기 기상정보를 알려주기도 한다.

그가 메일을 통해 기상정보를 제공하는 사이버 기상캐스터로 나선 것은 지난 97년 8월 개인홈페이지(http://users.unitel.co.kr/~bioht)를 열고부터. PC통신서비스인 유니텔의 「기상포럼(go TIROS)」 시삽을 맡으면서 본격적인 서비스에 나섰다. 지금 그의 메일리스트에 등록된 이용자는 약 4백50여명.

『자칭 사이버 기상캐스터라고는 하지만 이용자들에게 돈을 받는 것도 아니고 회사를 설립한 것도 아니어서 직업이라고 선뜻 내세우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 기상정보의 도움으로 돈을 벌게 됐다거나 야외촬영을 잘했다는 등의 메일을 받을 때면 보람을 느끼죠.』

그는 자신의 게시판에 회원으로 등록하거나 기상정보를 원한다고 알려주면 누구에게든지 무료로 기상정보를 보내준다. 앞으로도 개인에게는 이같은 「무료원칙」을 지켜나간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지난해 국내 기상정보시장 규모는 약 3백억원 정도입니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기상정보 시장이 우리의 1백배가 넘지요. 우리도 통신과 인터넷 등 네트워크만 잘 활용하면 국내외 기상정보를 종합, 고부가가치의 정보를 창출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은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기상정보의 효율적인 활용이 점점 더 중요해 질 것』이라는 사이버기상캐스터 오현택 씨는 『세계가 점점 단일 생활권내에 들어오면서 해외의 날씨나 기상전망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고 강조한다.

그는 조만간 이같은 생각을 정리한 책을 「돈이 되는 기상정보 200% 활용법」이란 제목으로 출간할 계획이다.

『가급적 해외 기상정보를 발굴해서 국내 기업에 컨설팅하는 일에 주력할 계획입니다. 또 기업들이 필요한 기상정보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도 연구해보고 싶습니다.』

인터넷 정보탐험대회에서 여러번 입상한 경험이 있을 만큼 인터넷 매니아이기도 한 오씨가 앞으로 사이버 기상캐스터로서 어떤 활약을 하게 될지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고 있다.

<장윤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