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월드] 도메인이름 "먼저 쓰는 자가 임자"

올 초 한국전산원이 「com」, 「org」, 「net」 등 기존 3개 최상위 도메인명 외에 7개 도메인 이름을 추가로 접수한다고 발표하자 각 회사와 기관의 인터넷 관리자들은 비상이 걸렸다.

남보다 빨리 자신의 회사나 제품에 관련된 도메인 이름을 등록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도메인 이름이 상표 못지 않은 재산으로 떠오른 지는 이미 오래. 하지만 도메인이름 등록기관인 인터닉이나 한국전산원 등은 선등록자에게 우선권을 주고 있기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비슷한 이름을 사용하는 회사나 기관사이에 도메인이름과 관련한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2월 IAHC는 ACP(도메인이름 이의신청처리위원회)에서 온라인으로 도메인이름 분쟁을 중재, 조정한다는 계획을 발표한바 있지만 아직 실행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도메인 이름과 관련한 소유권 분쟁이나 저작권 침해 논쟁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회사나 상표권외에 저작권에도 도메인 이름을 발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한국전산원은 도메인 이름과 관련한 국내외 사례를 모은 「도메인 이름 분쟁 사례집」을 발간했다. 이 책에는 도메인 이름과 관련한 분쟁으로 법원에 소송이 제기된 사례와 해결과정, 진행상태 등이 정리돼 있다. 이들 사례중에는 미리 도메인 이름을 등록해 금전적 이익 이상의 성과를 거둔 예도 있고 인터넷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멀쩡한 회사이름을 남한테 내준 사례도 담겨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 늦은 등록으로 회사명의 도메인 포기 = 현대그룹은 그룹이름의 도메인이름을 신청하려다 캐나다의 먼로기업이 「www.hyundai.com」이란 이름을 등록해 자사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것을 알았다. 현대그룹은 먼로기업과 협상에 나섰지만 조건이 맞지 않아 결국 현대는 그 도메인 이름을 포기하고 말았다.

▲ 선등록으로 정치공세 봉쇄 = 우리나라의 봉이 김선달로 화제를 모았던 황의석씨는 독도의 일본식 영문표기인 「www.takeshima.com」을 미리 등록해 일본의 영토주장을 원천 봉쇄하는 성과를 올렸다. 중국도 「www.taiwan.com」이란 도메인 이름을 먼저 등록해 대만의 공식국가명으로 도메인 이름을 만들 수 없도록 했다.

▲ 도메인 이름 함께 사용 = 하스보로사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마텔미디어사는 그 이외의 나라에서 「scrabble」이란 상표권을 가지고 있었다. 이 때문에 「www.scrabble.com」이란 도메인 이름을 놓고 분쟁이 벌어지자 양사는 이 도메인명을 서로 공유하기로 했다.

▲ 경쟁사 골탕먹이기 수단 = 미국의 프린스톤리뷰사는 경쟁사인 카플란을 연상시키는 「www.kaplan.com」을 도메인 이름으로 등록했다가 2만달러에 이르는 소송을 벌였다. 프린스톤리뷰사는 판결 직전에 kaplan 도메인 이름 등록은 하나의 장난이었다고 말하면서 도메인 이름을 포기했다. 카플란사는 이후 자사와 관련된 도메인 이름 20여개를 등록했으며 프린스톤리뷰사는 다시 「www.kraplan.com」이란 도메인 이름 등록에 나섰다.

▲ 다른 나라 서비스도 상표권 인정 = 미국의 플레이보이사는 이탈리아의 성인잡지인 플레이맨이 인터넷 웹사이트(http://www.playman.it)를 개설해 자사의 상표권을 침해했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플레이보이의 권리를 인정하면서 다른 국가에서 다른 언어로 사용되는 인터넷사이트의 도메인 이름도 상표권에 의해 보호를 받는다는 점을 판시했다.

▲ 조건부 포기 = 미국의 인터넷 잡지 와이어드의 한 기자는 「www.mcdonalds.com」이란 도메인명을 등록하고 맥도날드사에게 이 도메인 이름을 돌려받으려면 초등학교에 지정하는 만큼의 컴퓨터를 기부하라는 조건을 잡지상에 공개적으로 게재했다. 맥도날드사는 결국 이에 굴복해 컴퓨터를 기증하고 해당 도메인 이름을 돌려받았다.

<장윤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