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변기기의 동작속도를 3배까지 향상시킬 수 있는 「울티마」 칩개발로 「스타 벤처기업」 반열에 오른 보광미디어 정자춘 사장(38)이 그동안 자신의 회사설립 및 경영을 통해 얻은 귀중한 경험을 한 권의 책으로 펴내 관심을 끌고 있다.
그동안 대학교재를 주로 출판해온 한성출판사가 지난 3월 발간한 「3천 벤처스타를 기다리며」가 바로 그 화제의 책이다. 이 책은 발간되자마자 중소기업청 공무원들과 벤처기업협회 등 벤처관련 단체 등에서 필독서로 자리잡으면서 한꺼번에 10여권씩 단체주문이 쇄도하고 있고 교보문고 등에서 일반인들의 구입도 꾸준하게 늘어나고 있다. 서점관계자들은 벌써부터 이 책이 전문서적으로서는 드물게 1만부 이상 팔릴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이 책이 독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배경은 우선 저자인 정자춘 사장이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전자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현대전자 등에서 안정된 직장생활을 뿌리치고 벤처기업을 설립하게 된 동기와 그동안 회사를 경영하면서 겪었던 갖가지 에피소드 등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기 때문.
저자는 이 책에서 『미국 실리콘벨리에서 활약하는 동양인은 중국과 인도사람 뿐』이라는 사례들어 우리나라 벤처기업 정책의 허점을 논리적으로 비판하고 있는 점이 돋보인다.
따라서 그는 『지금과 같은 심각한 경제위기를 치유할 수 있는 길은 벤처기업 활성화 뿐』이라는 것을 몇가지 사례 통해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한보그룹이 5조원의 부실채권을 안고 쓰러졌을 때 우리는 허탈했다』며 『그 돈을 우리 같은 벤처기업에 주었다면 한 회사에 10억원씩 투자해도 벤처기업 5천여개를 설립, 약 20만명에게 일자리를 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현하고 있다.
그는 또 정부의 벤처기업 육성의지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벤처캐피털의 투자 활성화를 통해 양질의 자금이 벤처기업들에게 지속적으로 공급되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저자는 이어 벤처투자의 과실을 따기까지 적어도 3년은 기다려야 하는데 우리 정부는 결과만을 너무 성급하게 기다린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우리 사회는 실패자에 대해 너무 냉소적이기 때문에 벤처기업을 운영하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도 창업당시 『실패하면 갈 곳이 없다』는 생각 때문에 가장 많이 가슴을 조렸다는 것이다.
정 사장은 고려대 전기과 졸업 후 약 4년동안 전자통신연구소(ETRI) 근무하면서 『박사학위가 없으면 연구소에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깨닫고 대학원 진학을 위해 미련없이 연구소를 떠나기도 했다. 그가 강한 승부사의 기질을 가졌음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그는 그동안 그토록 소망하던 박사학위 취득과 함께 현대전자에 입사, 약 1년동안 반도체 설계팀장으로 활약했지만 이번에는 또 재벌의 비효율적인 의사결정 방식에 회의가 들어 창업을 결행하게 됐다.
그는 지난 96년 자본금 5천만원으로 보광미디어를 설립해 주문형 반도체, SI 소프트웨어, 차량 자동운행 시스템 개발 등에 주력하면서 연매출 2백50억원의 중견기업으로 키워낼 정도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저자는 성공비결을 묻자 좀 겸연쩍은 표정으로 『끈임없는 도전정신』이라고 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이 벤처기업 창업의 적기』라고 지적했다. IMF이후 중소기업 위주로 경제흐름이 재편되면 지식정보 사회가 도래할 것이며 그렇게 되면 몸집이 가볍고 기술력있는 벤처기업이 도약하기에 더 없이 좋은 찬스가 앞으로 약 3년동안 계속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서기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