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8일부터 30일까지 사흘간 게이머들의 눈은 미국 애틀랜타로 쏠린다. 세계 최대의 게임쇼인 「E3」가 화려한 막을 올리기 때문이다. 은막의 스타들이 칸영화제에 몰리듯 E3에는 앞으로 1년을 빛낼 화제작 게임들이 출품된다.
칸에 황금종려상이 있다면 E3에는 E3어워드(Award)가 있다. 이미 완성된 게임보다는 메이저 유통사의 후원 아래 개발중인 대작들이 독식해온 이 상은 상품화 이후의 히트를 예고하는 보증수표와도 같다. 지난해만 해도 「미스」 「토털 어나이얼레이션」 등 E3어워드를 수상한 5개 작품이 모두 게이머들의 사랑을 받았다.
올해는 과연 어떤 작품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것인가. 개발 초기부터 화제를 뿌렸던 작품이 막상 E3 견본시를 앞두고 출품을 포기하거나 무명 제작사의 데뷔작이 예상외로 폭발적인 인기를 끄는 이변이 속출하기 때문에 아무도 섣불리 결과를 장담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강력한 E3어워드 후보작으로 세간의 관심을 끄는 게임들이 몇편 있다. 우선 국내에 발매된 외산게임 중 최고의 판매기록을 갖고 있는 「커맨드 앤 컨커」의 후속편에 취재진들이 몰릴 것으로 보인다. 전략 시뮬레이션의 명가 웨스트우드사가 내놓을 「커맨드 앤 컨커Ⅱ」는 이미 PC 게이머같은 외지에서 알파버전이 공개된 바 있지만 베일에 싸여있는 실체는 이번 E3에 가서야 공개될 예정이다.
「어스웜짐」 「MDK」 등을 선보여 제2의 블리자드로 각광받고 있는 샤이니엔터테인먼트사가 올 10월 출시를 목표로 개발중인 「메시아(Messiah)」도 각국 판권 구매자들의 리스트 영순위에 올라있는 작품.
12월 발매예정인 블리자드의 「디아블로 Ⅱ」는 전편의 인기에 의존한다는 핸디캡 때문에 지난해 「스타 크래프트」가 겪었던 수모를 겪지 않을까 걱정하는 게이머들이 있다. 이 회사는 97년 E3가 열리기 직전 신개념의 에디터가 포함된 「다크레인」과 화려한 3D동영상의 「토털 어나이얼레이션」 데모버전을 본 후 「스타 크래프트」 출품을 포기했다는 후문. 결국 개발팀들이 단점을 보완하고 몇차례의 베타테스트를 거쳐 거의 1년이 지난 올 4월말에야 발매가 이루어졌다.
「툼레이더」로 유명한 아이도스사는 시네마틱스라는 무명의 제작사가 개발중인 「레브넌트(Ravenent)」로 대대적인 홍보전을 펼칠 계획이다. 제작사의 지명도가 낮아 아직 게이머들에게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으나 업계 관계자들은 이 작품이 의외의 복병이 될 것으로 예고한다.
특히 시네마틱스사는 30대의 재미교포 윤종범씨가 대학 재학중인 지난 94년 설립한 게임업체로 첫번째 출시작 「토털 메이햄」으로 잠재력을 인정받은 후 아이도스사의 후원을 얻게 된 신흥 명문 개발사다. 이번에 출품될 「레브넌트」는 전생의 기억을 잊어버린 채 이 세상으로 소환된 전사의 이야기를 그린 중세풍의 롤플레잉 게임(RPG).
EA사의 「트리플 플레이 99」, VR스포츠사의 「VR베이스볼 99」 등 박찬호의 최신 데이터를 담은 미국 프로야구게임들도 비약적으로 향상된 그래픽으로 특히 우리나라 게임업계 관계자들의 눈길을 끌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이제 베타버전이 나오고 있는 GTI사의 1인칭 슈팅게임 「언리얼(Unreal)」, 어클레임사에서 나올 신개념의 통신게임 「섀도 맨(Shadow man)」, 20세기 폭스사가 메이저급 영화와 함께 준비중인 게임 「X-파일」, 스퀘어사가 가정용 비디오게임 히트작을 PC버전으로 이식시킨 「파이널 팬터지(Final Fantasy)」시리즈 등이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E3의 작품경향에 대해 △2D가 아닌 3D환경 △전략 시뮬레이션 퇴조와 RPG 부상 △그래픽과 음향기술 발전에 따른 레이싱게임, 스포츠게임, 격투게임의 활발한 출시 △호주, 영국, 프랑스 업체들의 대거참여 등을 신조류로 전망하고 있다.
<이선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