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가전 전문업체, "IMF제품" 개발 "발만동동"

극심한 매출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가전업체들이 앞다퉈 IMF형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위기탈출을 시도하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제품을 준비하지 못한 가전3사 일부 사업부들과 중소가전업체들이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현재 발빠른 업체들은 TV, 냉장고, 전자레인지, 가스레인지, 청소기 등의 품목에서 고급기능을 없애고 원가를 낮추거나 수출모델을 내수로 돌려 IMF형 제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으며, 이같은 제품 중심으로 광고, 홍보, 판촉활동 등 적극적인 마케팅활동을 펼치면서 판매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품목의 특성상 이같은 제품을 신속히 내놓기 어렵거나 미처 준비가 늦은 업체들은 뒤늦게서야 대책마련에 나섰지만 수익성 확보가 어려워 크게 고심하고 있는 상황.

이는 선두 업체들이 내놓은 IMF형 제품들이 소비자가격이 워낙 낮게 책정돼있는 데다 판매물량 확대를 위해 원가에 못미치는 가격수준으로 판매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제품을 내놓아도 실이익은 전혀 없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더욱이 기능을 축소하면서 급조해낼 적당한 모델이나 수출에서 내수로 전환할 제품이 없는 경우에는 아무리 원가절감을 한다손 치더라도 금형, 사출 등에 신규 투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런 추가비용이 부담스럽다고 해서 매출이 전년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 전략제품 없이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어 애가 타고 있다.

가전3사는 냉장고, 전자레인지, 청소기 등 일부 품목에서 IMF형 모델을 내놓으면서 전체적으로 묶어 할인행사를 벌이는 등 판촉활동에 나서고 있으나 세탁기, IH압력밥솥 등 이같은 제품이 없는 사업부들은 대응책 찾기에 부심하고 있다. 또 경쟁사에서 먼저 IMF형 제품을 출시한 품목에 대해서는 전혀 실익이 없어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대응제품을 내놓아야 할 실정이다.

동양매직, 린나이코리아 등 중견전문업체들도 비록 다양한 제품군을 확보해두고 있지만 가전3사가 IMF형 제품을 내놓으면서 시장공략을 강화하고 있어 이들도 저가의 대응제품 내놓을 예정이다.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가전업계가 매출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실속형 제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지만 제조업체들의 입장에서는 정말 실속이 없다』며 『그러나 판매 활성화를 위해서는 이익이 없어도 IMF형 제품을 내놓아야 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