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버터업계, "탈IMF" 대응책 마련 부심

삼성전기, LG전자부품, 대륭정밀 등 케이블TV 컨버터업체들이 부품 국산화, 공동마케팅 등을 통해 「脫IMF」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한파로 가입자가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데다 기대했던 2차 종합유선방송국(SO)들의 개국일정이 자꾸 늦어지면서 사업추진에 있어 상당한 짐으로 작용함에 따라 「살아남기」위한 자구책 차원에서 다양한 방안을 마련, 시행하고 있다.

컨버터업체들이 가장 염두에 두고 추진하고 있는 것이 부품 국산화 등 원가절감 노력이다. 컨버터 공급가 인상이 SO들의 가입자 확대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결국은 컨버터업체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올 초 SO들에게 환율인상으로 컨버터 공급가를 20∼50%정도 대폭 올리겠다는 의견을 개진했던 일부 컨버터업체들은 가입자 격감 등 현실적인 제약으로 이같은 「가격인상」이 어려워짐에 따라 부품국산화, 부품 공유, 구매선 다변화 등을 통한 원가절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로 LG전자부품의 경우 컨버터용 튜너를 단순화해 후속모델에도 그대로 채택하는 한편 모듈 등 주요 부품의 경우도 가능한 한 자체개발 또는 국내에서 조달하고 부득이한 경우에도 딜러를 통하지 않고 제품을 직접 구입하는 등 원가를 낮추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제품 공급사와 SO들이 공동으로 새로운 아이템을 개발해 마케팅을 펴는 경우도 새로운 풍경이다. 삼성전기는 SO를 대상으로 최근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무선 근거리통신망(LAN)카드 공급을 위한 공동마케팅 설명회를 갖고 공동판매에 들어갔다. 삼성전기로서는 자사의 제품판매가 늘어서 좋고 SO들로서는 제품판매를 통한 부수입을 얻어 「누이 좋고 매부좋은 격」인 셈이다. 삼성전기의 한 관계자는 『이직까지 마케팅활동이 초기단계여서 판매가 활성화하지 않고 있으나 사업설명회 결과 SO들이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어 기대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IMF한파를 극복하기 자구책 차원의 동종업체간 한계사업 인수, 인계 등 구조조정 작업도 활발하다. 삼성전기가 작년 4월 동국전자의 컨버터 사업을 떠 맡은데 이어 현재 P사, T사 등도 보다 경쟁력 있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있는 컨버터 업체들에게 사업인수를 전격 제안해 놓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의 한 소식통은 『수출을 하지 않고 단지 내수시장만을 보고는 컨버터 사업을 펼치기가 사실상 어려운 처지』라고 설명하고 『따라서 일부 업체들이 현재 기업구조조정 차원에서 사업정리작업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어 연말께 가서는 업체가 3∼4개로 조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내수, 수출을 포함해 최소 월 5만대 정도는 생산 공급해야만 IMF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다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SO들에 대한 지원규모를 대폭 줄이고 있는 것도 새로운 움직임이다. 종전에는 컨버터 공급사들이 SO에 납품할 때 스크램블러 등 방송장비를 무료지원해 왔으나 현재는 지원 규모를 대폭 줄이거나 없애겠다고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업체마다 약간 다르나 통상적으로 컨버터공급계약을 맺을 때 제품 공급사가 3억∼5억원 정도의 방송장비를 SO들에게 무료로 지원했으나 고금리, 장기불황 등으로 이같은 관행을 중단할 수 밖에 없게 됐다는 설명이다.

『SO들의 입장도 어려우나 컨버터 공급사들의 입장도 같아 당분간 내수 보다는 수출에 주력하는 것이 훨씬 더 낫다』는 컨버터업계 관계자들의 자조섞인 푸념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김위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