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주 사용을 둘러싼 한전과 중계유선사업자간의 분쟁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특히 지난달말 한전이 구미유선방송을 상대로 대구지방법원에 제기한 「유선방송시설 취거」소송에서 한전측이 승소판결을 받은 것을 계기로 한전과 중계유선사업자간의 해묵은 갈등이 전국적으로 재연 또는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전측은 중계유선시설이 배전선로에 방해가 되고 현재 자사가 구축한 케이블TV 전송망을 활용해 각종 부가서비스 사업을 준비중인 상황이어서 중계유선사업자의 한전주 사용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인 반면 중계유선방송사업자들은 한전주를 임대해 사용치 못할 경우 기존 사업에 치명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점 때문에 결코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양측간 분쟁은 쉽사리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최근 양측간 분쟁이 확대된데는 구미유선의 소송건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사실 한전측은 그동안 중계유선사업자를 대상으로 제기한 몇차례 소송에서 별 소득을 보지 못했다. 한전은 울진유선, 남부유선, 성남유선, 구미유선등 중계유선사업자를 대상으로 작년에 가처분신청 및 유선방송시설 철거 소송을 집중적으로 제기했으나 구미유선건을 제외하곤 유리한 판결을 얻어내지 못했다.
우선 한전주에 설치된 유선방송시설이 전력선의 송전,배전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울진유선을 상대로 제기한 가처분 신청에선 「무혐의」판정이 나왔고 남부유선을 상대로 제기한 유선방송시설공사중지 가처분신청건도 올초에 기각됐다. 성남네트워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현재 법원에 계류중인 상태로 21일 1심 판결이 있을 예정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구미유선방송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판결을 받은 한전측은 중계유선시설 철거에 관해 상당부분 명분을 얻었다고 보고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하게 유선방송시설의 철거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한전측은 지난달말 패소한 구미유선측에 3.8㎞에 달하는 중계유선선로의 자진철거를 요구하고 있으며 상황에 따라 강제집행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중계유선사업자들은 구미유선의 패소건을 계기로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중계유선방송사업의 존폐가 달린 문제이기 때문에 결코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위기의식을 반영하듯 중계유선사업자들은 지난 월요일 모일간지에 한전주의 합법적인 사용을 요구하는 성명서 광고를 낸데 이어 19일에는 한전 본사앞에서 가두 시위를 개최,한전측을 압박하고 있다. 이와함께 유선방송협회와 각 지부가 중심이 되어 정부요로에 한전주 임대사용 허용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제출하는등 강경 대응하고 있으며 1심에서 패소한 구미유선건에 대해선 협회와 구미유선측이 공조체제를 갖춰 항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한전과 중계유선방송측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21일 한전이 성남네트워크를 상대로 제기한 유선방송시설 취거소송의 1심 판결이 날 예정이어서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있다.
특히 이번 유선방송시설취거소송은 기존의 소송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중계유선사업자에서 2차 지역 케이블SO(종합유선방송국)로 성공적으로 전환했다는 평가를 받고있는 성남방송이 성남네트워크의 중계유선망을 이용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중계유선사업자는 물론 2차 지역의 SO에게도 큰 관심거리가 되고 있는 것이다. 묘하게도 성남방송이 중계유선과 케이블TV의 접경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소송 결과에 따라서는 2차 지역 SO인 성남방송의 입지가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있으며 중계유선사업자를 2차 SO지역 전송망 사업자(NO)로 선정한 정부측에도 정책상 오류가 있다는 평가가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중계유선사업자들이 재판결과에 상관없이 한전주의 합법적인 임대사용을 정부 요로에 계속적으로 청원하고 있고 최악의 경우 시청자들을 볼모로 방송중단등 조치를 강행,사회적인 문제로 비화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이해당사자들간의 원만한 합의가 이워지지 않는 한 한전주 문제는 쉽사리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못할 것으로 보인다.
<장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