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수출 곳곳에 "함정"

올들어 국내 게임시장이 크게 위축됨에 따라 국내 게임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해진 수출 환경을 이용해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으나 의욕에 비해 경험이 부족한 탓에 골탕을 먹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해 자금난을 겪고 있던 A사는 태국의 한 소프트웨어 유통업체가 1 카피당 4달러씩에 미니멈 개런티 5천 카피를 보장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하자 선뜻 수출 계약을 맺고 게임 마스터 CD를 제공했다. 그러나 계약을 맺은지 1개월도 채 되지않아 이 업체가 문을 닫고 사주가 종적을 감추는 바람에 계약금 2천달러를 손에 쥐는 것외에는 아무런 소득을 올리지 못했다.

그러나 얼마후 A사의 한 관계자가 태국을 방문해 알아본 결과 잠적한 태국 회사가 실은 유명회사의 브랜드를 사칭했으며 계약했던 자사의 게임이 이곳 저곳에서 번들로 팔리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회사는 이같은 어처구니 없는 일을 보면서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실적으로 어떠한 조치도 취할 수 없었다. 불과 몇만달러를 위해 국제 소송을 제기한다는 것은 시간이나 비용을 고려할 때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이같은 함정에 빠지는 사례는 수출 경험이 거의 없다시피한 중소 개발사나 국내 유통전문업체가 독자적인 수출 루트를 개척하는 과정에서 적지않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무리 철저하게 계약서를 작성했다고 할지라도 그 게임이 현지시장에서 잘 팔리지 않거나 비양심적인 파트너를 만나면 계약서는 휴지조각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즉 개발사나 제작사가 유통업자들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있고 담보 등을 확보할 수 있는 국내 비지니스처럼 생각하고 수출에 임할 경우 낭패를 보기가 십상이라는 것이다. 국내업체들이 골탕을 먹는 경우는 반드시 현지에서 게임판매가 부진해서 비롯되는 것만은 아니다. 수출한 게임이 예상밖으로 인기를 얻어 미니멈 개런티 물량을 훨씬 초과해 판매된 경우에도 정직하지 않은 파트너는 이를 허위로 축소해 알림으로써 추가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이와관련 작년 말 대만에 수출을 성사시킨 국내업체의 한 관계자는 『판매실적을 현지에 가서 일일이 확인할 방법이 없는 데다 어렵게 발굴해 놓은 파트너와의 관계가 악화될 것을 우려해 모르는 척하고 넘어가 줄 수 밖에 없다』고 현실적인 한계를 토로한다.

또 일부 해외바이어들은 현지의 세금이나 관세조항을 계약 당시에는 얼버무린 다음 로열티를 송금을 할 때는 실제 규정보다 부풀려서 떼고 보내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대해 한 무역상사 관계자는 『아직까지 국내 게임업체들이 해외 게임유통시장의 정보에 정통하지 못한 상황에서 달러벌이에 급급한 나머지 신뢰성없는 파트너들과 쉽게 계약을 맺는 것이 문제의 발단』이라고 지적하고 『국내 게임업계가 수출로 활로를 개척하기 위해선 하루빨리 국산게임의 수준을 높여 시장규모가 크고 위험부담이 적은 선진시장에서 인정을 받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유형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