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반도체 웨이퍼시장을 둘러싼 기존의 폴리시드(Polished) 웨이퍼 제품과 새로운 에피택시얼(Epitaxial) 웨이퍼(이하 에피웨이퍼)와의 시장 주도권 경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이는 최근 삼성전자가 기존 폴리시드 웨이퍼의 표면 결함을 획기적으로 없앨 수 있는 새로운 제조기술을 개발하고 이의 본격적인 양산 준비에 착수함에 따라 폴리시드 웨이퍼를 대체할 차세대 제품으로 인식돼온 에피웨이퍼의 보급 확산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더욱이 삼성측 연구 담당자는 『이번에 개발된 COP(Crystal Originated Particle) 제거 기술을 현재의 64MD램 제조는 물론 향후 2백56MD램 및 3백㎜ 웨이퍼 제조에까지 확대 적용시켜 나갈 계획이며 따라서 당분간 폴리시드 제품 대신 에피웨이퍼를 사용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고 밝혀 에피웨이퍼의 향후 시장 전망은 더욱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그동안 반도체 웨이퍼시장을 주도해온 폴리시드 제품은 웨이퍼를 만들 때 실리콘이 빠져나가면서 생기는 0.1∼0.2미크론 크기의 미세한 결함들로 인해 64MD램 3세대 제품 이상부터 사용하기 힘들고 결국 차세대 웨이퍼시장의 주도권을 표면 무결함의 특성을 지닌 에피웨이퍼가 차지할 것으로 예견돼 왔다.
이는 리액터 장비를 이용, 일반적인 웨이퍼 위에 또 하나의 박막가스층을 형성시켜 표면 결함을 최소화시킨 에피웨이퍼가 기존 폴리시드 제품보다 넷다이나 수율면에서 약 10% 정도 우수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도시바, 후지쯔, 미쓰비시, IBM, 지멘스 등 세계적인 반도체업체들이 64MD램의 주력 웨이퍼로 에피 제품을 채택하고 있으며 LG반도체 등 일부 국내업체들 또한 향후 본격적인 채용을 전제로 이 제품을 현재 시험 사용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동안 국내업체들이 에피웨이퍼의 본격적인 채택을 계속 미뤄온 것은 이 제품이 기존 폴리시드 제품에 비해 최고 40% 이상 비싼 데다 웨이퍼의 안정적인 국내 수급도 문제가 돼왔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삼성이 기존의 폴리시드 제품에 새로운 결함제거기술을 적용, 현재 나와 있는 에피웨이퍼를 사용할 때보다 훨씬 우수한 생산 수율과 표면 무결점 효과를 거둠에 따라 차세대 웨이퍼시장 경쟁은 기존 폴리시드 제품쪽으로 다시 무게중심이 옮겨가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에피웨이퍼의 본격적인 양산을 준비중인 국내 웨이퍼업체는 물론 이미 본격적인 양산에 착수한 외국 웨이퍼 생산업체들도 이러한 삼성의 독자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향후의 시장 판도 변화에 따른 전체적인 사업 전략 수정도 고려하는 등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국내 최대 웨이퍼업체인 포스코휼스는 총 3백억원을 투자, 기존 천안공장에 월 5만장 규모의 에피웨이퍼 전용 생산라인을 구축하려던 당초 계획을 무기한 연기키로 결정했으며 LG실트론의 에피웨이퍼 생산라인 건설도 계속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일본 주요 웨이퍼 생산업체인 신에쓰와 미쓰비시도 삼성에 1천만달러 가량의 로열티를 내고 관련 기술을 이미 이전받은 것으로 알려져 이번 웨이퍼 결함제거기술의 개발은 전세계 웨이퍼시장에도 적잖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웨이퍼업계 한 관계자도 『삼성측 주장처럼 이번 개발된 기술로 만들어진 폴리시드 제품이 표면 무결점에 접근할 정도로 성능면에서 획기적으로 개선됐음이 실제 양산 공정을 통해 입증될 경우 1.4배 이상의 가격부담을 안고 굳이 에피웨이퍼를 사용할 이유가 없으며 따라서 폴리시드 제품의 시장 주도력은 당분간 계속 유지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