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가전사업, 홀로서기 "결실"

거듭나기에 비지땀을 흘리고 있는 삼성전자의 가전사업에 서광이 비치고 있다.

삼성전자 가전부문은 그동안 반도체 호경기속에서 넘쳐나는 자금을 쏟아부으면서 초일류를 지향해왔으나 실상은 점유율 1위라는 실속없는 구호에만 몰두하는 바람에 채산성이 매우 열악한 구조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캠코더사업. 일본을 따라잡고 국내 영상산업의 토대를 구축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로 시작된 캠코더사업는 자금과 인력을 지나치게 투입, 끝내는 지난해 포기설까지 나도는 지경에 이르렀다. 내수시장에서도 매년 10%이상의 가격인하를 선도, 점유율 1위를 지키기기는 했으나 가격인하에 수반되는 슬림화를 외면해오는 바람에 적자구조로 전락했다.

해외시장에서도 브랜드의 고급화에 지나치게 집착,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고 OEM을 끊는 등 변신을 시도했으나 그 효과를 채 누리기도 전에 반도체 가격폭락과 IMF한파로 인해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지경에 놓였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이러한 가전사업부문의 과다한 오버헤드와 채산성 악화라는 구조적 위기를 방관한 채 1위를 차지하기 위해서 계속 자금과 물량을 투입하는 악순환을 거듭한 것이 사실이다.

가전부문의 이같은 문제점은 지난해부터 새로운 시각으로 들춰지기 시작했다. 가전사업의 홀로서기를 주장, 지난 1년간 수원공장의 구조조정에 심혈을 기울여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조치가 지나친 오버헤드를 줄이는 일. 적자구조에 있는 가전쪽의 인력을 확대, 성장세에 있는 반도체, 통신, 컴퓨터 주변기기사업쪽으로 과감히 전환하는 방식으로 지난 한해동안에만 가전부문의 인력을 2천명이상 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디지털화가 최대 명제로 부상하고 있는 가전사업을 컴퓨터 및 주변기기사업과 통합해 정보가전부문으로 단일화한 것도 이같은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해석되고 있다. 모니터, CD롬, HDD 등 소위 잘나가는 사업과 가전을 같은 조직틀속에 둠으로써 적자에 허덕이는 가전쪽의 홀로서기를 가능케하고 가전에 디지털 기술의 접목을 가속화시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수 있다는 포석이다.

또 소사장격인 GPM단위의 사업부 경영체제를 도입한 것은 흑자부문에서 적자부문을 지원해오던 관행에 익숙해있던 조직원들의 인식을 전환시키려는 의도로 특히 가전분야의 임직원들에게상당한 자극제로 작용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슬림화 및 인식전환으로 과감한 혁신에 일단 성공한 정보가전은 동시에 생산성향상을 통해 흑자기조 확립에 주력하고 있다. 급격한 환율상승으로 힘안들이고 흑자기조에 진입하고는 있지만 저임금의 해외사업장을 많이 거느리고 있는 글로벌 경영환경에서 궁극적으로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탈피하지 않고서는 국내 사업장의 생존자체가 위협받기 때문이다.

1인당 생산성을 2배이상 향상시켜 고임금에 따른 비용을 최소화하고 환율이 다시 1천원대 이하로 떨어지더라도 국내 사업장의 경쟁력을 유지한다는 게 삼성전자 가전부문의 목표다.

또 이 과정에서 생산성 향상만으로는 도저히 해결되지 않는 사업은 과감히 해외로 이전해 제품의 경쟁력을 계속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VCR사업본부를 인도네시아로 이전한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삼성의 정보가전은 이같은 과감한 변신을 통해 대부분 사업부가 최근 적자에서 탈피,수익성을 갖춘 홀로서기에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것이 지난 1/4분기 평가다. 특히 내수에만 안주해왔던 에어컨, 세탁기, 냉장고등의 백색가전마저 해외시장 공략으로 채산성을 회복하는 동시에 수출확대에 상당히 기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환율상승의 효과가 워낙 크기 때문에 정보가전이 확실히 홀로서기에 성공했다고 평가하기는 이르지만 방만했던 구조가 슬림화된데다 생산성 2배 향상만 이룩한다면 채산성을 확보한 내실있는 구조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성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