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전문 프로덕션인 비엠코리아의 나상진 사장(45세)에겐 남다른 취미가 하나 있다. 스스로 최면을 걸어 마음을 비우고 호수처럼 고요한 상태로 명상을 즐기는 것이다.
『의식세계와 무의식세계 사이의 문을 열어주는 것이 바로 최면입니다. 고도로 정신을 집중시키면 누구나 자기최면을 걸 수 있죠. 근심을 털어내고 무념무상의 맑은 기운에 싸여 편안하게 쉴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나 사장은 최면예찬론자다.
원래 그의 취미는 투망 하나 차트렁크에 싣고 마음내키는 대로 떠나는 여행이었다. 목적지를 정할 것도 없이 그저 막히지 않는 길을 찾아 도심을 벗어난다. 오솔길을 따라 달리다 보면 풀소리 바람소리에 도시의 먼지와 소음이 다 씻겨나간다. 시냇물을 만나면 그냥 차를 세우고 투망을 꺼내 능숙한 솜씨로 휙 던진다. 어두워지면 산속 마을 아무 집이나 대문을 밀고 들어가 『저녁 한끼만 주십시오』하면 진짜 시골밥상을 받아들 수 있다. 길을 나설 때 적은 돈이나마 고마움의 표시를 하면 굳이 따라나와 고구마며 옥수수 푸대를 잔뜩 실어주는 그 푸근한 인정 때문에 시골여행은 언제나 따뜻한 기억으로 남게 된다.
나 사장이 최면을 취미로 삼게 된 이유는 바쁜 일상에 쫓겨 그렇게 좋아하는 여행을 떠날 수 없을 때 스트레스에서 탈출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가 최면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3년전 우연히 한 비디오를 본 후부터다. 나 사장이 운영하는 비엠코리아는 「신디 크로포드의 에어로빅」이라든가 「애 봐주는 비디오」 같은 히트작을 제작한 기획물비디오 전문프로덕션. 그는 당시 「충격대예언」이라는 해외 다큐멘터리의 판권을 구입했는데 번역을 해놓고 보니 유난히 호기심을 끄는 대목이 있었다.
16세기에 노스트라다무스가 최면으로 환자를 치료했고 요즘엔 미국의 한 의사가 최면을 걸어 과거의 기억을 불러낸다는 내용이었다. 평소 최면술이라면 신비주의나 사이비 종교를 연상하던 그는 이 다큐멘터리를 본 후 생각을 바꿨다. 그리고 틈만 나면 인터넷에 접속해 관련 사이트를 서핑하다가 결국 최면을 취미로 삼게 된 것.
『제 3자 최면은 특별한 수련이 필요하지만 자기최면은 누구나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죠. 하버드대학에서는 최면학을 정식과목으로 가르치고 있을 정도니까요.』
국내 최고권위자인 류한평 박사까지 찾아가 만날 정도로 최면에 심취했던 나 사장은 집에서 손쉽게 자기최면을 걸 수 있는 기구까지 발명해냈다. 특허와 의장등록까지 마친 이 기구는 「최면유도기」라고 불리는데 주석으로 추가 매달린 줄을 잡고 정신을 집중시키면 몸 속의 기가 전달되어 추가 마음먹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 자기최면을 통해 눈으로 직접 기를 확인해 보는 기구인 셈이다.
그는 내친 김에 류한평 박사와 함께 자기최면에 효과가 있는 음악과 영상자료를 수집해 비디오테이프까지 만들어 지인들에게 선물했는데 덕분에 고맙다는 인사도 많이도 들었다. 대학입시를 앞두고 불안과 초조감에 시달리던 고2의 딸도 최면유도기와 테이프를 본 후 불면증이 없어지고 공부에 자신감이 붙었다며 좋아했다.
『일상생활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긍정적인 세계관을 심어줄 뿐 아니라 성공에 대한 자기암시까지 해주니 이만한 취미도 없다』는 나 사장은 만나는 사람마다 최면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