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유통 1번지」 전자랜드와 새로운 「전자대륙」을 선언하고 나선 테크노마트. 연간 12조원의 시장을 놓고 전자랜드와 테크노마트의 맞수대결이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올 4월 4일 문을 연 테크노마트는 개장 4일만에 총 1백만명이 다녀갔는가 하면 삼성전자 3개 매장에서 하루 4억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들떴던 분위기가 어느 정도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테크노마트를 겨냥한 파격세일로 북적거렸던 전자랜드 역시 평온을 되찾은 모습이다.
자존심을 내건 홍보전이나 눈길 끌기를 위한 깜짝 이벤트가 줄어든 지금이야말로 매장규모, 쇼핑의 편리성, 가격 등의 측면에서 전자랜드와 테크노마트를 공정하게 비교해 볼 만한 시점.
우선 매장규모 면에서는 높이 1백89미터에 지하 6층, 지상 39층, 63빌딩의 1.6배인 7만8천여 평의 연면적에 3만 2천 톤의 철골로 이루어진 테크노마트가 전자랜드를 압도한다. 입점 업체 수도 2층부터 8층까지 2천 5백여 개의 매장이 집중된 테크노마트가 앞선다.
전자랜드는 연면적 2만 3천여 평에 본관, 신관, 별관 등 3개 동 합쳐 8백여개 매장을 가지고 있어 상대적으로 왜소한 몸집. 그러나 주변에 선인, 나진, 원효, 터미널로 구성된 약 5천여 개 점포가 연합상권을 형성하고 있는 데다 「용산=전자랜드」로 알고 있는 일반인들이 많아 반드시 매장규모가 열세라고만 보기는 힘들다.
교통은 지하철 2호선 강변, 8호선 잠실, 5호선 광나루 역에 둘러 쌓여 있고 천호대교, 올림픽대교, 잠실대교까지 연결되는 사통팔달 중심지에 위치한 테크노마트가 근소한 차이로 우위. 여의도서 건너오는 원효대교 끝자락부터 이어지는 전자랜드의 입지여건도 나쁜 편은 아니지만 도로가 비좁고 상습적인 교통체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게 치명적인 약점.
쇼핑의 편리성은 테크노마트가 한수 위 라고 볼 수 있다. 평면상가가 아니라 층별 컨셉트 개념으로 만들어진 수직상가로 한 층에서 원하는 물건을 고르면 되기 때문에 동선이 편리하고 쇼핑시간도 절약된다. 또한 층별 냉난방시스템 및 24시간 첨단 안전장치와 방범시스템, 날씨에 따라 색조가 바뀌는 조명시스템이 구비되어 있어 층에 따라 소비자가 미로처럼 길을 찾아 헤매야 하는 전자랜드와 비교하면 첨단 인텔리전트 빌딩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유통상가로서 최고의 덕목인 가격면에서는 전자랜드가 확실한 우위를 지키고 있다. 전자랜드는 필요악이긴 하지만 정식 유통경로에서 빠져 나온 제품들로 구성된 그레이 마켓(Gray Market)이 형성돼 있어 가격이 저렴할 수 밖에 없다. 현재 테크노마트의 매장 중에는 전자랜드를 비롯한 용산전자상가에서 도매로 제품을 받아다가 마진을 얹어 파는 곳이 상당수 있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
게다가 전자랜드는 신제품 출시 후 6개월 가량 지난 재고 컴퓨터를 시중가의 50∼70%의 파격적인 가격으로 판매하는 아울렛매장을 비롯해 중고컴퓨터 매장, PC 보상판매매장, 그리고 벼룩시장 격인 주말장터와 컴퓨터조립교실 등 알뜰고객의 구미를 당길 만한 요소가 많다.
종합평가를 내리자면 쇼핑몰, 멀티플렉스 영화관, 전시회나 이벤트 등 쇼핑과 함께 문화생활까지 즐기려는 가족단위의 손님에게는 테크노마트가 만족도가 높고, 조금이라도 더 싼 물건을 찾아 시간을 투자할 용의가 있는 IMF형 고객에게는 전자랜드가 후한 점수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선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