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통신 이용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게시판이나 토론광장 등을 통해 개별적으로 불만이나 문제점을 지적해오던 PC통신 이용자들이 최근 단체를 조직하거나 소송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 16일에는 「한국PC통신인협회(회장 김신경)」가 리베라호텔에서 창립대회를 갖고 발족했다. PC통신 이용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발족한 이 단체는 『사업자 중심의 잘못된 관행과 제도 및 불공정 행위를 바로잡고 통신인의 권익보호와 건전한 통신문화 정착에 힘쓰겠다』고 밝히고 있다.
협회의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서한규씨는 『PC통신 가입자 수가 이미 4백만명에 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서비스의 질은 떨어지고 있다』고 진단하고 『통신서비스 회사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PC통신 약관을 공정하게 개정하고 고객 신상정보 유출이나 일방적인 요금체계 변경 때문에 이용자들이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국PC통신인협회는 음란대화나 사기판매 등 불건전 이용자들의 처벌을 강화하는 대신 이용자들이 보다 자유롭게 의사를 개진할 수 있도록 통신법 개정을 건의할 계획이다. 또 고객의 권리나 이익을 침해했다고 판단된 서비스업체에 대해 소송도 검토중이다.
이에 앞서 지난 2월 PC통신 하이텔 이용자들은 통신장애에 개선을 요구하며 온라인 시위를 벌였다. 이용자들이 2주 동안 게시판에 올린 글들은 약 5천여건. 하이텔 게시판에 올려진 글은 천리안 나우누리 등 다른 PC통신 게시판에까지 전해지면서 순식간에 확산됐다.
이처럼 이용자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한국PC통신은 임원진과 동호회 임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통신장애 개선을 위한 하이텔 가족과의 만남」을 갖고 공식적인 사과와 함께 회선증설을 약속했다.
또 온라인 이용자들의 단체인 「통신자유를 위한 모임(대표 최두열)」은 한국PC통신과 나우콤을 상대로 통신장애 및 서비스 불편에 대해 88억원의 피해배상을 요구하는 재정신청서를 통신위원회에 제출했다. 이와 관련 통신위원회는 최근 해당 서비스업체에를 방문해 실사를 했으며 배상을 요구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PC환경 내역서를 제출토록 했다.
이처럼 PC통신 이용자들의 서비스 개선 움직임이 활기를 띠고 있는 것은 최근 이용자들의 수가 급증하고 고속서비스 이용자가 늘어났음에도 불구, 통신사업자들의 시설확충이나 설비 개선이 이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PC통신 이용이 생활속에 자리잡게 됨에 따라 접속중단이나 끊김에 따른 피해도 늘어나는 추세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사업자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사용하지도 않은 이용료를 부과한다든가 해지가 잘 이뤄지지 않는 등의 불만이 많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용자들의 「권리 찾기」 움직임은 앞으로 더욱 활발해 질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각 이용자단체들이 충분한 검토나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채 행동만 앞서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PC통신인협회의 경우 1천여명(자체 발표)의 회원밖에 확보하지 못하고 있고 통신자유를 위한 모임이 제기한 소송 역시 사업자의 책임을 규명하기 어려워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이 그 예다.
전문가들은 『각 단체들이 진정한 이용자 권익단체로 자리잡으려면 게시판에 올려진 이용자들의 「불만」만 가지고 접근해서는 안된다』며 『합리적이고 치밀한 조사와 함께 단체간의 긴밀한 연대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윤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