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대표 윤종용)가 최근 가장 큰 「애물단지」인 미국 AST리서치사의 경영정상화를위한 구조조정을 대대적으로 단행함으로써 AST의 흑자경영 달성이 가능할 것이냐에 컴퓨터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는 삼성측이 내년쯤 AST의 흑자전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는데 반해 전자업계에선 여전히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AST에 대한 구조조정은 사실상 지난해 5월 홈PC사업에서 손떼면서부터 시작됐다고볼 수 있다.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하는 미국내 홈PC시장이 치열한 저가경쟁을 벌이면서 AST의 생산및 판매 구조로는 더이상 견뎌내기 힘들었다.지난 95년 3월 인수당시 7천명에 달하던 종업원 감축도 이때부터 본격화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말 AST인력을 3천4백명선으로 절반 정도 줄였으며 올들어선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6백여명으로 축소시켰다.이 회사는 AST인수 3년만에 인력을 10분의 1 이상으로 감축한 것이다.이러한 인력감축은 생산공장과 판매법인 매각및 폐쇄로 가능했는데 앞으로도 철수중인 판매법인 등이 남아있어 연말까지 1백명 안팎의 인력을 더 줄일 수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AST의 본사건물(어바인 소재)과 아일랜드 공장,포트워스소재 공장용지 등의 자산에 대해선 최근 미국 델컴퓨터사에 6천3백만달러에 매각했다.또 중국공장은 폐쇄했다.이에따라 AST 공장은 미국 포트워스의 기업용 PC및 PC서버 생산라인만이 남게됐다.어바인본사건물 매각으로 AST 본사기능도 포트워스 공장으로 옮겼다.
판매조직의 경우는 유럽판매법인들을 모두 영국 런던으로 일원화하고 있으며 동남아와 호주지역 판매기능을 삼성전자 현지법인에 흡수하는 등 전세계 12개 AST판매법인을 대부분 없앨계획이다.
그동안 미국 전역에 걸쳐 광범위하게 전개해온 마케팅도 크게 달라진다.유통채널을 성장 유망지역으로 국한시켜 물류를 단순화하고 중소규모 기업시장으로 상권을 집중화하는 등 마케팅 타켓을 크게 축소,명확히하고 있다.
AST에 대한 삼성전자의 의지는 최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5천만달러를 추가 투자키로 결정한데서도 잘 나타난다.물론 자산매각 대금 6천3백만달러를 재무개선용으로 활용한다면 삼성전자 국내본사에서 빠져나가는 돈은 없겠지만,국내 실정을 감안할때 그만큼 AST 경영여건이 어렵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ST의 경영정상화를 낙관하지 못하는 것은 우선 인수당시만해도 세계 5위의 컴퓨터업체라는 브랜드이미지가 10위권밖으로 밀려난데다 한국 전자업체가 인수해 실패한 기업으로 인식됨으로써 매출확대를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AST의 PC판매량(IDC 분석)은 지난해 3.4분기중에 15만3천여대로 전년동기(30여만대)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어드는 등 좀처럼 확대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적자폭도 지난해 1천7백45억원으로 늘어났다.
여기에다 인수당시의 우수인력중 상당수가 AST를 빠져나감으로써 이미 삼성전자의 AST인수 취지가 크게 퇴색됐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따라서 이제부터는 삼성의 신속한 마케팅력을 어떻게 AST에 하루속히 접목시켜 미국시장을 공략하느냐하는 것이 성패의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또 삼성전자는 아직도 끊이질 않고 있는 「AST 철수설」을 시급히 해소시켜야만 AST 경영정상화를 제대로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특히 이제는 AST의 주된 영업대상이 일반 소비자들이 아니라 「기업」이라는 점에 비추어볼때 AST가 지속적으로 사업을 전개할 것이라는 점을 고객들에게 심어주는 일은 경영정상화를 추진하기 위해 맨먼저 풀어야할 매듭이기도 하다.
<이윤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