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관리체제에 접어든 이후 외산 의료기기 일색이던 대학 및 종합병원이 국산 의료기기로 대체하려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사실상 국내 대표적 의료기관인 국립 서울대학교병원이 국산 전자의료기기를 대량 구입해 화제다.
동양 최대 규모인 서울대학교병원 임상의학연구소(소장 조보연)는 지난 2월말 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고압 증기멸균기 전문업체인 한신메디칼의 멸균기 3종(9대)를 선정, 최근 설치를 완료하고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서울대병원의 의료계 내에서의 영향력 및 신인도를 고려할 때 외산 비율이 95%를 상회하는 등 그동안 외산만을 선호해 왔던 대다수 대학 및 종합병원의 의료기기 구매관행에도 획기적인 변화가 생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서울대병원이 구입한 고압 증기멸균기는 한신메디칼이 독자 개발한 체임버 용량 1천73리터급 더블도어(모델명 HS-1000D) 1대, 1천49리터급 싱글도어(모델명 HS-1000S) 1대 및 2백50리터급(모델명 HS-250) 7대 등인데 이 중 1천리터 이상의 대용량 제품은 그동안 1백% 수입에 의존했었다.
특히 1천49리터급 증기멸균기는 물 배출기(water ejector)와 응축기로 구성된 진공장치를 내장, 소음과 고장을 크게 줄였으며 선진공방식과 후진공방식을 동시에 채택해 멸균효과와 건조효과를 높인 것이 장점이다. 또 16비트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장착, 사이클의 진행과 기록 및 모니터 기능을 자동으로 제어하며 자주 사용하는 다섯가지 기본사이클 프로그램을 내장, 사용할 때마다 프로그램을 조정해야 했던 기존 제품의 단점을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임상의학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최근 국산 제품의 품질이 크게 향상돼 수입 제품보다 가격 대비 성능이 우수함은 물론 사후관리 측면에서도 장점이 있어 국산 의료기기의 사각지대나 다름없던 대형 병원의 국산 의료기기 선호도는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한신메디칼측은 『현재 1천리터 이상급 대형 고압 증기멸균기는 원광대병원, 안동의료원, 창원병원, 홍익병원 등 전국 16개 종합병원에 설치됐다』며 『서울대병원 고압 증기멸균기 대량 납품을 계기로 전국 대학 및 종합병원의 납품 실적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박효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