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도기계와 삼성전자가 김치냉장고에 채용한 기술을 놓고 서로 상대방이 자사의 특허를 침해하고 있다며 맞제소, 이들 양사의 김치냉장고를 둘러싼 특허분쟁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삼성전자가 만도기계의 「위니아 딤채」에 채용하고 있는 김치숙성기술이 자사의 특허를 도용한 것이라며 지난 7일 서울지방법원에 「특허권 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자 만도기계도 최근 삼성전자를 상대로 서울지법에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권 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 양사의 특허분쟁은 결국 치열한 법정싸움으로 확산된 것이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측에서는 자사가 만도기계보다 4년이나 앞선 지난 92년 이미 김치냉장고를 출시한 적이 있으며 95년에 이와 관련한 특허를 획득해 놓은 상태인데 만도기계의 「위니아 딤채」에 채용한 김치숙성기술이 당시 획득한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만도기계측에서는 이미 연구 발표된 고유의 김치 숙성, 저장방법을 자사의 포괄적인 특허로 묶은 것이라 산업재산권 측면에서도 「이미 공지된 기술에 있어서의 특허권 행사금지」 사항에 위배되므로 인정할 수 없으며 오히려 삼성전자가 지난해 11월 출시한 김치냉장고(모델명:SKR070RW)가 자사제품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만도기계는 또 『지난 95년 말부터 3차례에 걸쳐 삼성전자로 부터 김치냉장고를 주문자상표부착(OEM)방식으로 공급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으나 이를 거절하자 삼성전자가 특허권을 주장하고 나섰다』며 『이같은 삼성전자의 행위는 전문기업을 상대로 OEM 제안을 통해 빼낸 전문기술을 도용하면서 오히려 사실을 호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같은 양사의 주장에 대해서는 결국 법정에서 판정을 내릴 수 밖에 없게 됐다. 하지만 결과가 어떻게 나오던간에 일단은 삼성전자가 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삼성전자 경우는 아직 시장점유율이 미미한 상태라 지더라도 별로 손해볼 것이 없는 입장이지만 만도기계는 이미 국내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상황이라 이번 특허분쟁에서 지면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번 특허분쟁이 김치냉장고 시장에 신규참여한 삼성전자가 선제공격에 나서고 이에 이미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만도기계가 대응하는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같은 이유에서 「삼성전자의 제소는 만도기계를 위축시키는 동시에 아직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못하고 있는 자사제품을 만도기계 제품과 동격시함으로써 인지도를 높이려는 의도로 계획된 수단」이라는 것이 만도기계측의 주장이다.
삼성전자측에서는 이에 대해 『지난해 9월부터 만도기계측과 총 7차례나 접촉, 이 문제를 우호적으로 해결하려했으나 만도측이 이를 끝내 인정치 않아 특허권을 행사하기 위해 제소한 것이라 특허를 침해한 기능에 대해서만 사용하지 않으면 별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수세에 몰려있는 만도기계측으로선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신규 진출한 김치냉장고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만도기계와의 한판 승부가 불가피한 삼성전자도 쉽게 물러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5백억원 규모를 형성한데 이어 올해 1천억원 규모로 크게 확대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김치냉장고 시장을 둘러싼 이번 특허분쟁이 어떤 결말을 맺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순기 기자>